[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해상 봉쇄 움직임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이란의 지하 핵시설로 의심되는 ‘곡괭이산’ 타격까지 예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과 회담하던 중 후티의 봉쇄 선언에 대해 “아직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도 실제 상황이 벌어지면 미국이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구체적인 군사작전이나 병력 투입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후티가 선언한 조치는 홍해 전체를 무차별적으로 차단하는 전면 봉쇄와는 차이가 있다. 대상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연계됐거나 사우디 홍해 항구를 오가는 선박이다. 후티가 운영하는 예멘 사바통신은 경고를 받은 선박 6척이 항로를 변경했다고 주장했지만 독립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다만 실제 공격이 시작되면 파장은 작지 않다.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수에즈운하로 연결되는 핵심 해상 운송로다. AP통신은 이 항로를 통해 세계 교역량의 약 12%가 이동한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바브엘만데브까지 불안해지면 선박 보험료와 운임이 상승하고 원유·액화천연가스 공급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 인근의 곡괭이산도 조만간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과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곳의 지하 시설이 원심분리기 조립이나 핵 관련 활동에 이용될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의 정확한 용도와 핵물질 보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화강암 지대 깊숙이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기존 벙커버스터 등 재래식 무기로 파괴할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악시오스는 미국의 재래식 무기가 시설 상부 암반을 관통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공습에 나설 경우 군사적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반면 이란의 보복과 중동 확전 위험은 커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과의 만남을 원하고 있지만 의미 있는 대화를 준비하기 전까지 협상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군사 압박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핵 문제와 해상 통제권을 둘러싼 양보를 요구하는 강압 협상 전략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후티가 실제 선박 공격에 나서는지, 미군이 곡괭이산 타격을 위한 전력 이동에 착수하는지다. 아직 타격 시점이나 작전 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으로 공습이 임박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호르무즈와 홍해라는 두 해상 요충지가 동시에 흔들릴 경우 중동의 군사 충돌은 곧바로 국제유가와 물류시장 충격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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