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정부가 고가·비거주 주택의 보유 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다주택자에게는 한시적인 매도 기회를 열었다. 세 부담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전에 시장에 주택을 내놓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비거주 1주택자가 매도 대신 직접 입주하면 정부가 기대한 매물은 늘지 않고 전세 공급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4일 재정경제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실거주 여부와 보유 가액을 부동산 과세의 주요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실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아진다. 반면 실제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는 9억원만 공제받는다.
주택 수에 따라 달랐던 종부세율도 2028년부터 보유 주택의 합산 가액을 기준으로 일원화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 부담 상한은 단계적으로 높여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늘린다.
양도소득세 역시 보유보다 거주에 혜택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전환된다. 2029년부터는 보유 기간에 따른 공제를 없애고 실제 거주 기간만 공제 대상으로 인정한다. 공제액에도 10억원의 한도가 적용된다.
정부는 보유세 강화와 함께 다주택자의 매도 퇴로도 마련했다.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을 2027년과 2028년 한시적으로 낮춘다. 보유 부담이 커지기 전에 주택을 처분할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편이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에게 매도 시점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매도하기에 가장 유리한 시기가 2027년”이라며 제도 시행 전 절세 매물이 집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종부세 부담이 커지는 고가 다주택자와 장기 보유 고령층, 세제 혜택 종료를 앞둔 임대사업자를 중심으로 내년부터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와 고령층의 지방 이전 지원이 맞물리면 수도권 주택 일부가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매물 출회 효과는 지역별로 달라질 수 있다. 수요가 상대적으로 약한 수도권 외곽과 비규제지역에서는 매물이 쌓이면서 가격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핵심지는 신규 공급이 부족하고 대기 수요가 남아 있어 절세 매물이 나오더라도 단기간에 소화될 가능성이 있다.
고가주택 수요가 사라지기보다 가격대를 낮춰 이동할 가능성도 변수다. 강남권 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이 커지면 실거주가 가능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마포·용산·성동구 등으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 세제 개편이 특정 지역의 선호 집중을 완화하지 못하고 수요의 목적지만 바꾸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변수는 비거주 1주택자의 선택이다. 이들의 경우 종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집을 파는 대신 직접 입주하는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매도하면 시장에 주택이 공급되지만 실입주를 택하면 기존 세입자가 집을 비워야 한다. 같은 세제 변화가 매매 물량을 늘리는 대신 전세 물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임대를 유지하는 집주인이 늘어난 보유세를 보증금이나 월세에 반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거주 1주택자의 실입주가 늘면 전세 물량이 줄고 보유세 부담까지 임대료로 전가되면서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매물을 유도하려는 세제 개편이 전세의 월세화와 임차인의 주거비 상승을 앞당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세제 개편안의 효과는 절세 매물이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나오고 비거주 1주택자의 실입주가 전월세 공급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세 부담을 높이고 매도 시한을 제시하는 방식만으로 서울 핵심지의 공급 부족과 선호 집중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매매시장 안정 효과가 임대차 불안으로 상쇄되지 않도록 공급 확대와 임대차 시장 보완책을 함께 마련하는 일이 남은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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