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SK하이닉스·샌디스크, 차세대 스토리지 HBF 첫 표준 공개

김태휘 인턴 2026-08-04 13:55:54
최대 512GB·초당 3TB 규격 제시…HBM·SSD 사이 새 메모리 계층 구글·텐스토렌트 컨소시엄 참여…"아직 개발 초기 단계"
SK하이닉스가 샌디스크와 함께 차세대 스토리지 기술인 HBF의 첫 표준 규격을 OCP를 통해 공개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SK하이닉스]


[경제일보] SK하이닉스와 미국 샌디스크가 인공지능(AI) 시대의 데이터 처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 스토리지 기술 '고대역폭 플래시(HBF)'의 첫 표준 규격을 공개했다. 완성된 제품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여러 반도체·시스템 기업이 HBF를 개발하고 활용할 때 따를 수 있는 공통 설계 기준을 처음 제시한 것이다.

4일 SK하이닉스는 샌디스크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FMS 2026'에서 HBF 표준 규격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양사가 표준화 협력에 나선 데 이어 올해 2월 컨소시엄을 출범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HBF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이에 들어가는 새로운 메모리 계층이다. HBM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지만 용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고 가격도 비싸다. SSD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지만 HBM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느리다.

HBF는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용량을 확보하면서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여 두 제품 사이를 보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 모델이 커지고 실제 서비스에 활용되는 추론 작업이 늘면서 HBM만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대규모 데이터를 보다 효율적으로 공급하려는 시도다.

이번 규격은 낸드 다이를 8단과 16단으로 쌓는 두 가지 구성을 기준으로 최대 512기가바이트(GB)의 용량을 정의했다. 데이터 대역폭은 성능에 따라 세 등급으로 나눠 초당 약 0.4테라바이트(TB)에서 3.0TB까지 제시했다.

HBF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결하는 방식에는 개방형 인터페이스인 'UCIe'를 채택했다. 서로 다른 업체가 만든 반도체 칩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연결할 수 있도록 해 HBF의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한 선택이다.

규격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술 협력체인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를 통해 공개됐다. 특정 회사만 사용하는 독자 기술이 아니라 여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표준으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HBF 컨소시엄에는 구글과 AI 반도체 기업 텐스토렌트가 참여하고 있다. 다만 두 회사가 HBF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AI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AI 반도체를 사용하는 고객의 관점에서 필요한 기술과 시스템 구조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형태로 협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표준 공개를 계기로 AI 스토리지 시장에서 HBF 채택을 확대하고 생태계 조성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구글과 텐스토렌트는 HBF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관점에서 개방형 협력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직 개발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성능 지표나 향후 목표를 제시하기는 어렵다"며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HBF와 같은 새로운 메모리 개념이 논의되기 시작한 단계로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이번 표준 공개로 HBF의 기본 설계 방향은 마련됐지만 실제 제품 개발과 고객사 검증, 양산까지는 추가 절차가 남아 있다. 향후 HBF가 HBM과 SSD 사이의 새로운 시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낸드 기반 제품의 속도와 전력 효율, 신뢰성을 실제 AI 시스템에서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천성 부문장은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데이터 처리 구조 전반의 재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며 "HBF를 통해 메모리와 스토리지 간 경계를 확장하고, 시스템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아키텍처 구현에 기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