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두고 “공급 대책은 보이지 않고 세금만 강화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고가·비거주 주택과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을 높이는 방식이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기보다 전월세 물량 감소와 임대료 상승을 부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4일 오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대책을 보면 정작 공급을 늘릴 방안은 보이지 않고 세금만 더 강화했다”며 “세금을 올린다고 집값이 잡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가장 우려한 부분은 임대차 시장이다. 정부안대로 양도세와 보유세 체계가 바뀌면 집주인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입주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매매 매물이 늘기보다 전세와 월세 물량이 줄고, 그 부담은 서민과 청년층에 돌아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초고가 주택을 겨냥한 세제 개편이 시장의 수요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오 시장은 정부가 ‘똘똘한 한 채’를 겨냥했다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32억원 이하의 이른바 ‘덜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고가주택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책이 오히려 한 단계 낮은 가격대의 인기 지역으로 수요를 이동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오 시장은 이런 흐름을 “시장이 새로운 절세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집을 사도 세금, 팔아도 세금인 ‘세금 지옥’만 심해질 우려가 크다”며 “땜질식 세금 대책에서 벗어나 공급 중심의 근본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의 비판은 정부가 전날 발표한 세제 개편안의 부작용을 정조준한 것이다. 정부는 고가·비거주 주택의 보유 부담을 높이고 다주택자에게는 한시적으로 양도세 부담을 낮춰 매물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세제 조정만으로는 핵심지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고 오히려 임대 물량 감소나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정부 역시 공급 문제를 부동산 정책의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7박 11일간의 미국·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청와대에서 비공개로 ‘부동산 및 주식시장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2022년부터 이어진 주택 공급 부진이 현재의 공급 절벽 상황을 불렀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를 극복하려면 공급과 그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가능한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행정조치와 금융, 재정, 규제 완화 등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공급 속도를 높일 방안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한성숙 국무총리와 관계부처 장관들에게는 기존 공급 대책을 전면 재점검하고 현실적인 국민 요구를 반영해 세부 대책을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후속 점검도 예고됐다. 이 대통령은 금융과 주택 공급 관련 추가 보고를 2~3일 안에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시장 반응을 살피면서 공급 대책을 다시 보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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