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에 쌓여있는 철강 제품.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유럽연합(EU)이 철강 수입 장벽을 높인 첫 달 한국의 대EU 철강 수출이 40% 넘게 감소했다. 아직 새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무관세 쿼터가 줄어든 데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까지 본격 시행되면서 중견 철강업체의 통상 대응 부담이 커지고 있다.
EU는 지난달 1일부터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를 대체하는 신철강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연간 무관세 철강 수입 쿼터를 기존 3382만t에서 약 1835만t으로 46%가량 줄이고, 쿼터를 초과한 물량에 적용하는 관세율은 25%에서 50%로 높였다. 대상은 30개 철강 제품군이다. EU는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규모가 현재 6억2000만t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협상을 통해 다른 국가와 경쟁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전용 무관세 쿼터 207만3000t을 확보했다. 기존 258만1000t보다 19.7% 감소했지다. EU 전체 쿼터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감소폭을 상당 부분 방어했다는 평가지만 기업들이 실제 무관세로 내보낼 수 있는 확정 물량은 줄었다.
다만 7월 수출 급감을 신철강 조치의 직접적인 결과로 보기는 이르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수출 계약과 선적은 통관보다 수개월 전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규제 시행 한 달치 통계만으로 영향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특정 시장과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견 철강사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형 철강사는 다양한 제품군과 글로벌 판매망, 통상 대응 조직을 갖추고 있지만 중견업체는 한두 개 품목이나 특정 국가의 수출 비중이 높은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시장에서 관세나 쿼터 규제가 강화되면 판매 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돌리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전용쿼터가 소진된 이후에는 여러 국가가 함께 사용하는 공용쿼터 확보 경쟁도 변수다. 공용쿼터는 국가별 물량을 사용한 뒤 사실상 선착순 방식으로 활용되는 만큼 업체들은 선적뿐 아니라 현지 통관 시점과 재고, 고객사 납기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
여기에 올해부터 EU CBAM이 본격 시행되면서 탄소배출량 산정과 관련 자료 관리도 수출 경쟁력의 일부가 되고 있다. CBAM은 철강 등 탄소집약 제품의 EU 수입 과정에서 제품 생산에 포함된 탄소배출량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치 시행 이전부터 수출 물량과 선적 일정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 7월 감소분을 바로 신철강 조치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적어도 한 분기 이상 추이를 지켜봐야 실제 영향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견업체들은 수출 품목이나 국가가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어 특정 시장에서 제재가 강화되면 타격이 클 수 있다”며 “CBAM과 같은 제도도 관련 자료와 규정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과정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어 지속적인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출 감소분을 내수로 돌리기도 쉽지 않다. 정부는 조선·방산·재생에너지 등 전방산업과 연계해 EU 쿼터 감축분 이상의 국내 철강 수요를 새로 만들겠다는 방침이지만 최대 철강 수요처인 건설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철강 수출은 가격과 품질뿐 아니라 쿼터·통관·탄소 대응 능력이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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