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한미약품, 릴리 이어 로슈도 잡았다…3조원대 비만 신약 기술수출

안서희 기자 2026-08-26 15:21:58
HM17321 글로벌 개발권 이전…1조8973억원 릴리 계약 후 3개월 만에 성과 올해 두 차례 조 단위 계약 성사…비만 시장 '체중 감량→근육 보존' 경쟁 가속
한미약품 전경.[사진=한미약품]

[경제일보]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 로슈를 상대로 3조원대 비만 신약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지난 6월 일라이릴리에 단장증후군 치료제를 넘긴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이번에는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근육을 보존하고 늘리는 ‘체성분 재구성’을 겨냥한 신약이다.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경쟁 축이 체중 감량에서 근육 보존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한미약품이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로슈그룹 자회사 제넨텍과 지속형 유로코르틴-2(UCN2) 유사체 ‘HM17321’의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계약 규모는 23억500만 달러로 한화 약 3조1892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1억9000만 달러(약 2629억원)이다. 나머지 21억1500만 달러는 임상 개발과 허가, 상업화 등에 따라 단계별로 지급되는 마일스톤이다. 제품이 출시된 이후 매출에 따른 별도 로열티도 받는다. 계약 대상 지역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다.

한미약품이 올해 들어 성사시킨 대형 기술수출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6월에는 일라이릴리에 소네페글루타이드를 12억6000만 달러(약 1조8973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불과 3개월 사이 두 건의 조 단위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비만·대사질환 신약 개발사로서의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는 평가다.

HM17321의 가장 큰 특징은 체중 감소 자체보다 체성분 개선에 있다. HM17321은 CRFR2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주 1회 피하주사형 펩타이드다. 한미약품은 체지방은 줄이면서 제지방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방식의 비만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단회용량증량시험(SAD)을 마치고 반복용량증량시험(MAD)에 들어갔으며 임상 종료 예정 시점은 2027년 3월이다. 이후 2상부터는 제넨텍이 개발을 맡는다.

비만 치료제 시장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체중을 얼마나 줄이느냐에서 체중 감소 과정에서 근육 손실을 얼마나 막을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GLP-1 계열 치료제는 강력한 체중 감소 효과를 앞세워 비만 시장을 빠르게 확대했지만 체중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제지방도 함께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비만 환자의 장기적인 건강을 고려하면 단순히 체중계 숫자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HM17321은 이 지점을 겨냥한다. 한미약품의 전임상 결과를 보면 HM17321은 단독 투여만으로 세마글루타이드와 유사한 수준의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동시에 체중 감소분의 구성에서는 차이가 확인됐다.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에서는 제지방이 감소한 반면 HM17321 투여군에서는 제지방이 오히려 증가했다. GLP-1 계열 약물이나 아밀린 유사체, 근육 관련 항체 신약과 병용했을 때도 체지방 감소와 제지방 증가 효과가 나타났다.

이번 계약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로슈가 임상 1상 단계의 후보물질에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로슈는 이미 비만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근육 손실을 겨냥한 후보물질을 개발해왔다. 하지만 기존 근육 보존 전략에는 한계가 있었다.

로슈는 올해 3월 근육 관련 항체인 에무그로바트의 척수성 근위축증과 안면견갑상완형 근이영양증 임상에서 근비대 효과를 확인했지만 임상적 기능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자 개발을 중단했다. 에무그로바트는 단독으로 체중을 줄이는 효과가 없어 GLP-1 계열 약물과 병용해야 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항체와 펩타이드 약물을 함께 투여해야 하는 만큼 환자의 투약 편의성 측면에서도 부담이 있었다.

HM17321은 이와 다르다. 비만 치료 효과와 근육 보존을 하나의 펩타이드에서 동시에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GLP-1 계열 약물과 같은 펩타이드 기반이라는 점에서 향후 병용이나 공동 제형화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로슈가 HM17321을 단순한 비만 치료제 후보가 아니라 기존 포트폴리오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후보로 평가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UCN2 계열 비만 신약 개발 경쟁에서도 한미약품은 선두권에 있다. 구브라의 GUB-UCN2는 지난 7월 임상 1/2a상에 진입했고 코르테리아의 COR-1389도 임상 1상 단계다. HM17321은 경쟁 후보물질보다 개발 속도가 약 6~7개월 빠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계약은 한미약품의 초기 단계 후보물질이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HM17321이 임상 1상 단계로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가 없는데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며 "로슈의 에무그로바트가 임상에 실패할 경우 HM17321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이 지난 6월 일라이릴리와의 기술이전에 이어 석 달 만에 나온 두 번째 조 단위 계약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며 "두 계약의 확정 계약금만 합쳐도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의 1.5배에 달한다며 하반기 이익 레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