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최태원, 韓·日 경제공동체 재차 제안…"6조달러 시장 만들어야"

김아령 기자 2026-09-08 10:54:07
한일 결합 시 세계 4위 경제권…교섭력·발언권 강화 기대 에너지 공동구매부터 전력망 연결까지…비용 3~5% 절감 제시 AI·반도체 협력 확대…"한국도 CPTPP 가입해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DB]
[경제일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일 양국의 시장과 인프라를 묶는 경제공동체 구상을 다시 제시했다.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양국이 경제 규모를 키워 비용을 낮추고 국제사회에서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8일 공개된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최 회장은 현재의 국제 경제 질서를 두고 "보호주의와 미중 대립이 공급망 등을 통해 시장을 분단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일 간 경제적 통합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한일이 하나로 뭉치면 약 6조 달러 규모, 세계 4위의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어 더 강력한 교섭력과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다"며 "국제 질서나 규칙을 받아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양국의 인구구조 변화도 공동 대응이 필요한 이유로 들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저출산·고령화로 사회적 비용이 커지는 만큼 시장을 연결하고 인프라와 서비스를 함께 활용하면 비용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첫 협력 분야로는 에너지를 꼽았다. 공동 구매와 비축 체계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전력망과 가스관을 연결하면 에너지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양국이 에너지 구매부터 비축, 사용까지 공동으로 설계해 비용을 3∼5%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며 "장래에는 서로 전력을 융통할 수 있는 송전선 연결이나 가스 파이프라인 연결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적 교류 확대도 제안했다. 유럽연합(EU)의 솅겐 협정처럼 양국 간 이동을 보다 자유롭게 만들어 경제적 통합의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간 협력 분야로는 AI와 금융, 헬스케어 등을 제시했다. 양국 금융사가 AI와 청년 세대를 겨냥한 공동 펀드를 조성하거나 한국과 일본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공동 사업이 가능하다고 봤다.

SK그룹 차원의 일본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주목받는 AI와 관련해서는 SK 차원에서도 많은 일본 파트너와 관련 투자나 체계를 어떻게 할지 지속해서 모색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으로 NTT와 도쿄일렉트론 등을 언급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한일 협력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구도가 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규모가 큰 이웃 국가로서 그 존재를 빼고 생각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치적인 측면이 아니라 거리상 측면에서 한국은 중국보다 일본에 가깝게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이 협력한다고 해도 중국을 능가하거나 위협할 규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한일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진다면 오히려 중국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도 이점이 생기고 성장을 촉진하며 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일본을 포함해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수요 확대로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생산시설을 지을 수 있는 토지와 전력, 인력, 산업 생태계를 갖춘 지역을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는 한국 내에서 투자 계획을 많이 세우고 있지만 그래도 부족하다"며 "전 세계에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토지·전력·인재·생태계가 있는 장소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디를 우선시하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국도 가입해야 한다"며 "가입국으로 참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