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협회장(오른쪽 여섯 번째)과 여야 국회의원들이 법정단체 출범 및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우용하 기자]
[경제일보]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27년 만에 법정단체 지위를 회복하고 부동산 거래의 안전성과 공인중개사의 전문성 강화에 나선다. 협회는 법적 지위 상승을 권한 확대보다 책임 강화의 계기로 삼고 불법·무자격 중개 대응과 전세사기 예방, 인공지능(AI) 활용 교육 등을 확대하기로 했다.
9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컨벤션홀에서 ‘법정단체 출범 및 창립 40주년 기념식’을 열고 향후 비전을 발표했다. 협회는 1986년 창립 당시 법정단체로 출발했지만 1999년 규제 완화 정책에 따라 임의단체로 전환됐다. 이후 법정단체 복귀를 지속적으로 추진한 끝에 공인중개사법 개정을 통해 27년 만에 법적 지위를 되찾았다.
이날 행사에는 여야 국회의원과 부동산 유관단체 관계자, 전국 협회 회원들이 참석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도 축전을 보내 법정단체 출범을 축하했다. 협회는 창립 40주년과 법정단체 출범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미를 담아 비전 선포와 기념 세리머니도 진행했다.
행사에 참석한 정치권 인사들은 법정단체가 된 협회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축사에서 “법정단체 출범이 더 큰 권한을 갖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큰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라는 말씀처럼 전세사기와 불법 중개를 근절하고 국민의 재산과 주거 안정을 지키는 데 협회가 더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축하 영상을 통해 “법정단체 출범은 또 하나의 시작”이라며 “국민이 더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신뢰를 높이고 불법 중개와 전세사기와 같은 문제를 줄여나가는 데 협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법정단체 지위를 다시 확보하기까지는 여러 차례 입법 시도가 이어졌다. 과거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문턱을 넘지 못했고 협회는 단일 협회 체계를 갖춘 뒤 법정단체 전환을 다시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법정단체가 조직의 권한을 키우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국민의 재산을 다루는 공인중개사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입법 작업은 지난해 본격화됐다. 협회에 따르면 2025년 7월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법안을 공동대표 발의했고 법안은 국토교통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올해 1월 29일 본회의에서 재석 196명 가운데 190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이날 비전 선포에서 법정단체 전환의 의미를 권한보다 책임에 뒀다. 김 회장은 “이제 우리에게는 새로운 이름이 있다. 법정단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라며 “그 이름에는 자부심과 함께 더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법정단체 출범 이후 불법·무자격 중개행위에 대한 대응과 회원 권익 보호를 강화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불법 무자격 중개행위를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권리금 중계를 공인중개사의 업무로 명확히 하기 위한 입법 절차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표시·광고 규정 위반과 관련해서도 단순 누락이나 경미한 실수에 과도한 행정처분이 내려지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회원 권익과 소비자 보호를 함께 높이겠다는 점도 짚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행정처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법률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무자격 중개와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대응 강도를 높여 공인중개업에 대한 신뢰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AI와 프롭테크 확산도 법정단체 출범 이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부동산 거래 플랫폼과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기존 중개업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기술을 경쟁 상대가 아닌 업무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한 분 한 분이 AI를 가장 강력한 무기로 활용하는 디지털 마스터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교육과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며 “공공기관과 긴밀히 연계해 안전한 임대차 생태계를 선도하고 프롭테크 기반의 신사업 영역까지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자체 부동산 거래정보망인 ‘한방’도 회원 중심 플랫폼으로 강화한다. 대형 민간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개사들이 직접 활용하는 정보망을 유지하고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대학병원 건강검진센터와 장례서비스 업체 등과의 업무협약을 통한 회원 복지 확대도 추진한다.
김 회장은 “세상은 인공지능과 첨단 프롭테크로 인해 공인중개업이 사라질 직업이라며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면서도 “현장의 위험을 꿰뚫어 보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공감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구축하는 일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정단체라는 이름에는 자부심과 함께 더 막중한 책임이 있다”며 “국민에게 더욱 신뢰받고 안전한 부동산 시장을 만들어가는 책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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