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딥인사이트

[사설] 선 넘은 장외 권력, 이제 책임의 원칙을 세워야

2026-03-14 06:00:00
방송인 김어준 씨 [사진 =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캡처]


[경제일보] 정치의 세계에서 말은 언제나 힘을 가진다. 그러나 그 힘이 사실과 책임을 떠난 순간, 말은 공론을 밝히는 횃불이 아니라 공동체를 흔드는 불씨가 된다. 최근 이른바 ‘공소취소 거래설’을 둘러싼 논란은 우리 사회의 공론장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정 인터넷 방송에서 제기된 확인되지 않은 주장 하나가 정치권 전체를 뒤흔들고, 여당 내부에서도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특히 논란의 무대가 된 방송을 진행해 온 김어준 씨의 태도는 많은 생각거리를 남긴다. 그동안 그는 인터넷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상당한 영향력을 구축해 왔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공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그에 상응하는 책임 또한 커진다는 사실은 민주사회에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원칙이다.

문제는 지금의 상황이 단순한 논쟁의 범주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이 대중적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고, 그 파장이 정치권과 국정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는 건강한 공론장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더욱이 논란이 확산 된 뒤에도 책임 있는 설명이나 성찰보다는 법적 대응을 앞세운 강경한 발언이 이어지는 모습은 공적 영향력을 가진 방송인의 자세로서 적절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장을 제공한 책임도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공론장을 운영하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진행자의 역할을 넘어 최소한의 검증과 신중함이 요구된다. 특히 국가 기관의 정당성과 사법 질서를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면 더욱 그렇다. 영향력이 큰 플랫폼일수록 책임의 기준 또한 엄격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과 영향력에 대한 경계는 언제나 존재해 왔다. 『도덕경』에는 “지족불욕(知足不辱), 지지불태(知止不殆)”라는 말이 있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스스로 절제하지 않으면 결국 그 힘이 화를 부른다는 경고다. 또 『논어』에서는 “군자구제기(君子求諸己)”라 했다. 군자는 먼저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다는 의미다. 공적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가르침이다.

오늘의 논란은 단순히 한 방송인의 문제로만 볼 일이 아니다. 정치권 역시 특정 방송이나 유튜브 채널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공론의 중심을 장외로 옮겨온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회의원들이 줄지어 출연하며 정치적 메시지를 확산시키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특정 플랫폼의 영향력은 과도하게 커졌다. 공당의 정치가 공개된 의회와 공식 토론의 장이 아니라 특정 방송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듯한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그러나 자유는 책임과 함께 존재한다. 영향력 있는 플랫폼이 사실 확인 없이 음모론적 주장이나 과장된 의혹을 확산시키는 공간이 된다면, 그 피해는 사회 전체로 돌아온다. 공론장은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사실과 책임이라는 최소한의 규범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립이 아니라 원칙의 확립이다. 정치권은 장외 플랫폼의 영향력에 휘둘리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하고, 공적 영향력을 가진 방송인 역시 스스로의 역할과 책임을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도덕경』이 말하듯 “과즉물탄(過則勿憚改)”—잘못이 있다면 고치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이 지혜다.

공론장을 지키는 일은 특정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의 문제다. 영향력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단순한 원칙이 지켜질 때, 비로소 말의 힘은 사회를 흔드는 소음이 아니라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