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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조작 기소 국정조사 정치가 재판의 문턱을 넘어서면 법은 무너진다

한석진 기자 2026-03-23 08:49:03

진상 규명 명분 속 사법 독립 시험대

2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계획서 승인의 건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정치가 사법의 문턱 앞까지 들어왔다. 국회가 ‘조작 기소 의혹’ 국정조사를 의결하면서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명분은 선명하다. 다만 그 접근이 재판의 영역을 건드리는 순간 사안의 성격은 달라진다. 그때부터는 진상 규명이 아니라 사법의 경계에 관한 문제로 옮겨간다.
 

22일 국회는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계획서’를 통과시켰다. 대장동 위례 개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이미 수사와 재판이 이어진 사안들이 포함됐다. 여당은 검찰권 남용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한다. 야당은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한 개입이라고 맞선다. 시각은 갈리지만 쟁점은 하나다. 국회가 어디까지 들어갈 수 있느냐다.
 

국회에는 국정조사권이 있다. 동시에 법은 선을 그어둔다. 진행 중인 재판과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선이 흔들리면 권력 분립이라는 전제가 흔들린다. 입법이 사법의 판단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법의 무게도 함께 가벼워진다.

 

이번 국정조사는 그 경계 위에 놓여 있다. 검찰 수사를 점검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조사 과정이 사건의 사실관계나 법적 판단을 다시 짜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사의 정치화를 바로잡겠다는 시도가 또 다른 정치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경우 남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결론뿐이다.
 

시점도 가볍지 않다. 공소청과 중수청 신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국정조사가 이어졌다. 제도 개편과 과거 수사에 대한 재평가가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두 흐름이 겹치면서 국정조사는 사실 확인을 넘어 정치적 의미를 띨 여지가 커졌다.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공소 취소 연계 해석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해석이 반복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사법 절차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법은 결론보다 과정으로 신뢰를 얻는다. 과정이 흔들리면 결론도 온전히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이 상황에서 기준은 단순하다. 진실은 결론을 정해놓고 찾아가는 방식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증거와 절차를 따라가며 드러난다. 국정조사가 필요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의혹은 확인해야 한다. 다만 그 과정이 재판의 방향을 미리 규정하는 방식으로 흘러서는 곤란하다.
 

국회가 스스로 정한 선을 넘어서는 순간 그 조사 역시 설 자리를 잃는다. 사법의 독립이 흔들리면 그 여파는 한 사건에 머물지 않는다. 권력의 흐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전례가 쌓일 수 있다. 그 환경에서 법은 더 이상 기준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조작 기소 여부는 가려져야 한다. 그러나 그 판단은 정치가 아니라 재판의 몫이다. 정치가 결론을 앞서 정하는 순간 재판의 의미는 옅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주장보다 더 단단한 절차다. 법은 그 위에서만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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