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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맥주 공장 옆 폐기물 시설 강행…하이트·오비, 청주시에 '선전포고'

안서희 기자 2026-03-25 16:27:47

오비 350m·하이트 900m 인접…미세먼지·세균 유입 시 제품 치명타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청주공장 근로자들이 25일 충북 청주시 임시청사 앞에서 현도산단 내 폐기물 선별장 공사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사진=하이트진로]
 
[경제일보] 국내 주류 산업의 두 축인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유례없는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라이벌 관계를 뒤로하고 두 회사가 손을 맞잡은 이유는 생존권이 걸린 위기감 때문이다. 충북 청주시가 현도일반산업단지 내에 추진 중인 '생활 폐기물 선별장' 건립 계획이 발단이 됐다. 맥주 공장 바로 코앞에 전 지역의 쓰레기를 모아 처리하는 시설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업계는 공장 폐쇄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임직원들은 청주시청 정문 앞에 모여 합동 집회를 열고 "청주시가 식품 제조 공정의 특수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며 "오염물질 유입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기업에 고사를 강요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청주시가 건립을 추진 중인 폐기물 선별장 부지는 오비맥주 청주공장에서 불과 350m, 하이트진로 공장에서는 900m 떨어져 있다. 특히 하이트진로의 경우 근로자들이 숙식하는 기숙사 건물이 예정 부지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다. 선별장이 가동되면 청주시 전역에서 발생하는 재활용 쓰레기와 각종 오물 등이 이곳으로 집결하게 된다.

맥주는 미생물의 발효를 이용하는 민감한 식품이다. 외부의 작은 오염원에도 제품의 맛과 향이 변질될 수 있다. 주류 업계는 폐기물을 분류하고 압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악취, 날아다니는 세균들이 공기 중으로 확산해 공장 내부로 유입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맥주 제조에 필수적인 거대 냉각 시설과 환기 장치는 외부 공기를 빨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식품위생법상 제조 기업은 오염물질 발생 시설로부터 식품에 위해를 주지 않는 충분한 거리를 확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지자체가 공장 인근에 오염 시설을 직접 들이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공장 내부 위생 시스템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한다 해도 외부 환경에서 시시각각 날아오는 분진과 악취는 통제 범위를 벗어난 영역"이라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법적 책임과 브랜드 이미지다. 국내 식품 안전 규정상 제품에서 이물질이나 변질 문제가 발생해 소비자 불만이 접수되면 그 원인이 제조 과정에 없음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은 전적으로 기업에 있다. 만약 폐기물 시설에서 유입된 미지의 오염원으로 인해 대규모 리콜 사태라도 벌어진다면 기업은 그 인과관계를 소명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한 번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는 회복에 수조 원의 비용과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린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님비 현상이 아닌 '기업 생존권'의 문제로 보고 있다. 대량 클레임이 발생하고 제품 신뢰도가 떨어지면 매출 감소는 물론 글로벌 시장 수출길까지 막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장의 근로 여건 악화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선별장이 가동되면 하루 200대 이상의 폐기물 운반 차량이 공장 주변 도로를 가득 메우게 된다. 대형 차량들이 뿜어내는 매연과 소음, 그리고 기숙사 코앞에서 진동할 악취는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건강권과 주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양사는 청주시의 행정 절차에도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법과 산업입지법에 따르면 이러한 시설을 건립할 때는 인근 주민 및 입주 기업과의 사전 협의와 영향 평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두 회사는 시로부터 어떠한 공식적인 사전 협의나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결국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청주시가 사업을 강행할 경우 '공장 폐쇄 및 이전'이라는 초강수를 검토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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