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공직자의 재산신고서는 개인의 부를 기록한 문서가 아니다. 한 사회에서 부가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누구에게 쏠렸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올해 공개된 재산신고서를 들여다보면 낯익은 두 축이 다시 확인된다. 부동산과 주식이다.
26일 공개된 재산신고 자료에 따르면 평균 재산은 20억원을 넘어섰다. 증가의 배경도 분명하다. 급여가 아니라 자산 가격이었다. 부동산 값이 오르고 주식이 뛰면서 재산의 격차가 벌어졌다. 공직자 재산표는 그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부가 움직인 방향이 드러난 결과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공직자의 재산은 사적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부동산 정책을 설계하고 금융과 산업을 다루는 위치에 있는 이들의 자산이 같은 시장 안에 놓여 있다면 이해충돌의 가능성은 피하기 어렵다. 재산공개 제도는 이를 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러나 현실은 그 취지에 충분히 닿지 못하고 있다. 숫자는 공개되지만 과정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얼마를 가졌는지는 확인되지만 어떻게 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간극이 신뢰를 흔든다. 공직윤리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판단된다. 과정이 보이지 않으면 결과는 의심을 남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이번 재산공개가 보여준 것은 노동이 아니라 자산이 부를 결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직사회 역시 그 흐름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정책을 통해 시장을 조정해야 할 위치에 있는 이들이 동일한 자산 상승의 이익을 공유하는 상황은 정책의 설득력을 약화시킨다. 공정성에 대한 의문은 여기서 출발한다.
정부도 뒤늦게 보완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 거래 내역을 더 촘촘히 신고받고 주식 관련 직무 관여를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방향은 맞다. 다만 문제는 실행의 강도다. 신고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확인되면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 보유 제한이나 처분 요구까지 이어지지 않으면 제도는 형식에 머문다.
재산공개는 출발점이다. 그 위에 검증이 쌓여야 제도가 작동한다. 지금의 재산신고서는 공개에 머물러 있다. 공개만으로 신뢰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신뢰는 통제에서 비롯된다.
공직자의 재산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을 설계하는 위치에 있는 이들의 자산은 정책의 방향과 이해관계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 거울이 특정 자산에 기울어 있다면 정책 역시 같은 방향으로 기울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공직자는 시장을 조정하는 자리다.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이 같은 시장 안에 들어와 있다면 공정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재산신고서는 그 경계가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숫자는 이미 공개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숫자에 대한 통제다. 부동산과 주식이라는 두 축 위에 놓인 공직자의 재산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따라 공직윤리의 수준이 결정된다. 재산신고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 이후의 조치가 없다면 공개된 숫자는 또 다른 불신의 근거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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