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경보제약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ADC(항체-약물 접합체) CDMO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제약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기존 원료의약품(API)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다만 공격적인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이 단기 실적에 반영되면서 성장성과 수익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경보제약은 최근 수년간 안정적인 API 사업을 기반으로 외형 성장을 이어왔으며 실제로 2025년 매출은 2600억원을 웃돌며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연구개발비 확대와 설비 투자, 인력 확충 등에 따른 비용 증가가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다. 외형은 커졌지만 내실은 다소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회사가 선택한 돌파구는 ADC CDMO 사업이다. ADC는 항체의 표적 결합 능력과 세포독성 약물의 치료 효과를 결합한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는 분야다.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DC 관련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이 향후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경보제약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약 1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해 ADC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연구개발부터 상업 생산까지 이어지는 통합 밸류체인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단순 생산을 넘어 개발 단계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적지 않다. 링커-페이로드 중심의 CDMO 사업과 ADC 개발 프로젝트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파이프라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중장기 성장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대부분이 초기 연구나 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투자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ADC 사업은 높은 기술력과 설비 투자를 요구하는 만큼 초기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아직 안정적인 수주 기반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이 선투입되는 구조는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업계에서는 경보제약이 ‘성장 스토리’와 ‘실적 현실’ 사이에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장 산업에 선제적으로 진입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투자 회수 시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기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경우 기업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의 수익성 둔화를 ‘성장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고부가가치 CDMO 사업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불가피한 비용 증가이며 향후 대형 수주 확보와 생산 안정화가 이뤄질 경우 수익 구조가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다. 실제로 글로벌 CDMO 시장에서는 초기 투자 이후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실적이 급격히 개선된 사례도 적지 않다.
결국 관건은 ‘시간’과 ‘수주’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임상 단계를 넘어 상업화로 이어지고 안정적인 고객 기반이 확보될 경우 경보제약의 사업 구조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투자 대비 성과가 지연될 경우 재무 부담과 시장 신뢰 저하라는 이중의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선영 한국IR협의회 연구원은 “ADC CDMO는 진입장벽이 높은 대신 성공 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라며 “초기 투자 부담을 감내하면서 얼마나 빠르게 수주를 확보하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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