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인 분당 양지마을이 기존 신탁사와의 협약을 해지하고 사업 방식 재편에 나섰다. 주민대표단이 신탁사 교체와 경쟁입찰을 추진하면서 재건축 사업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모습이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금호·청구·한양아파트, 상가연합) 주민대표단은 한국토지신탁과 체결한 통합재건축정비사업 업무협약을 해지하고 신탁사 재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양지마을은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된 핵심 사업지 중 하나로, 사업 추진 방식과 속도에 따라 향후 다른 단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징성이 크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신탁사와의 신뢰 훼손이 자리 잡고 있다. 주민대표단은 작 6월 한국토지신탁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신탁 방식 재건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후 사업 진행 과정에서 소통 문제와 의사결정 구조를 둘러싼 갈등이 누적됐다는 설명이다.
대표단은 지난 2월 두 차례에 걸쳐 신탁 수수료 관련 제안을 요청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달에는 주민대표단이 아닌 제3의 임의단체와 별도로 재건축 설명회를 진행한 점, 국토교통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 과정에서도 신탁사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 같은 갈등은 결국 주민 의사 확인 절차로 이어졌다. 주민대표단은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 전체 소유주 4871가구를 대상으로 협약 해지 및 경쟁입찰 전환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투표율 36% 가운데 75%가 해지에 찬성하며 방향 전환이 확정됐다.
이후 대표단은 한국토지신탁 측에 공식 해지 공문을 발송하며 기존 협약 관계를 종료했다. 향후 사업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된다.
주민대표단은 △소유주 이익 극대화 △주민 의견 반영 △검증된 사업 수행 능력 △공정한 선정 절차 등 네 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새로운 신탁사 또는 사업 시행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목표는 7월까지 사업시행자 지정고시를 완료하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신탁사 교체를 넘어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신탁 방식 재건축은 초기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업 주도권이 신탁사로 집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단지에서는 갈등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양지마을 주민대표단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경쟁입찰을 통한 주도권 회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진 주민대표단 대표는 “빼앗겼던 양지마을 소유주의 사업 주도권을 되찾아오면서 정상화시켰다는 의미가 있다”며 “기존과 달라진 사업 방식으로 클린 재건축 모범 사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1기 신도시에서는 신탁 방식과 조합 방식 간 사업 모델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양지마을 사례처럼 신탁 방식에서 이탈하는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사업 추진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경쟁입찰 과정에서 사업 지연 가능성도 변수로 지적된다. 신탁사 교체와 사업 구조 재정비 과정에서 일정이 늘어질 경우 선도지구로서의 속도 경쟁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양지마을의 이번 선택은 단순한 계약 해지를 넘어 재건축 사업의 주도권과 방식에 대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입찰 결과와 사업 속도에 따라 1기 신도시 재건축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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