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이익 15% 성과급 요구가 제기되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 국면에서 기업 이익의 배분 구조를 둘러싼 충돌이 본격화하고 있다.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이후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약 40조원 안팎에 달하는 규모로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기업 자금 운용 방향성을 흔드는 변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표면적으로는 성과급 확대 요구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AI 반도체 경쟁 심화 속 이익 배분 구조 갈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기업이 확보한 현금을 두고 보상과 투자 간 배분 방향을 둘러싼 전략적 선택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으로 설비투자(CAPEX)와 연구개발(R&D) 비중이 절대적인 구조다. 미세공정 전환과 차세대 메모리 개발, 첨단 패키징 구축 등 전 공정에 걸쳐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약 37조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차세대 공정 기술 확보에 집중해왔는데 노조 요구가 현실화될 경우 성과급 규모가 이를 웃돌게 된다. 단일 항목으로는 연간 연구개발비를 넘어서는 수준의 현금 유출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경우 업계에서는 단기적인 보상 확대가 중장기 투자 여력을 제약해 기술 개발 속도와 설비 확충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투자 축소는 곧 시장 점유율과 직결되는 만큼 자금 배분 전략이 향후 경쟁 구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는 기술 격차 유지가 곧 시장 지배력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성능과 수율(양품 비율), 미세공정 전환 속도, 첨단 패키징 기술 등에서 앞선 기업이 주요 고객사를 선점하고 장기 공급 계약으로 이어지는 만큼 초기 투자 규모와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 축소는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기술 개발 지연과 생산능력 확보 차질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곧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바탕으로 공급망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TSMC 역시 선단 공정과 생산능력 확충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고객사 락인(lock-in) 효과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실적 개선이 단순한 업황 반등이 아니라 생산성과 기술 경쟁력 강화 과정에서 노동의 기여가 반영된 결과라는 점에서 이에 상응하는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 특성상 공정 안정화와 수율 개선, 생산 효율성 확보 과정에서 인력의 숙련도와 현장 대응력이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성과급을 영업이익과 연동하는 구조를 통해 실적이 개선될수록 노동의 몫도 함께 확대돼야 한다는 '이익 연동형 보상 체계' 도입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는 고정급 중심의 기존 임금 구조에서 벗어나 성과에 따른 분배 비중을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임금 인상 요구를 넘어 AI 시대 자본과 노동 간 이익 배분 비중을 재조정하는 문제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고수익 산업을 중심으로 이 같은 요구가 확산될 경우 기업의 비용 구조와 경영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성과급 규모가 갖는 기회비용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약 40조원은 과거 삼성전자가 지난 2016년 약 9조원에 인수한 하만 인터내셔널과 같은 대형 인수합병(M&A)을 여러 건 추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반도체 업황 반등기에는 통상 공격적인 투자와 M&A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이 활용된다는 점에서 현금 유출 확대는 향후 성장 전략에도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반도체 경쟁이 대규모 투자 속도와 규모에 따라 좌우되는 구조인 만큼 성과급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의 자금 운용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격적인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 중심의 확장 전략에서 일정 부분 보수적 운영 기조로 전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결국 이번 갈등의 핵심은 단순한 분배 규모가 아니라 확보한 자금의 배분 방식에 있다는 평가다. 보상과 투자 간 균형이 삼성전자의 AI 반도체 경쟁력은 물론 중장기 성장 경로를 좌우할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opyright © 경제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