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지방선거는 정체성을 잃었다. 공약을 들여다보면 지방 행정을 책임질 인물을 뽑는 선거인지, 중앙 권력을 겨루는 선거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지자체 권한을 벗어난 국가적 담론과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형 사업이 지역 현안인 것처럼 포장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는 사라지고 중앙 정치의 대리전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더 큰 문제는 후보들의 태도다. 지역의 미래를 설계할 시간도 부족한데 상대의 허물을 들추고 공약을 공격하는 데만 몰두한다. 자신의 공약에 담긴 한계는 외면한 채, 상대의 작은 흠결을 부풀려 타격을 가하는 모습은 가히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고전은 이를 일찌감치 경고했다. 『도덕경』 제81장은 말한다. “신언불미(信言不美), 미언불신(信言不美). 선자불변(善者不辯), 변자불선(辯者不善).” 즉 믿을 만한 말은 화려하지 않고, 화려한 말은 믿기 어렵다. 참으로 선한 사람은 다투지 않으며 말로 이기려는 사람은 선하지 않다는 뜻이다. 지금 선거판을 채우는 날 선 언어들이 과연 주민을 향한 진심인지 아니면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설전(舌戰)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성경의 경구도 다르지 않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상대를 비판하기 전에 자신의 공약이 지역 재정과 현실을 고려했는지 주민의 삶을 실제로 바꿀 수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비판을 위한 비판은 결국 소음에 불과하다.
정치의 본질은 ‘바르게 함(政者正也)’이다. 선거는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경쟁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네거티브 공방만 남은 선거는 결국 지역을 소모시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간다. 비전 없는 지방자치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후보들은 공격의 언어를 거두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자불언(知者不言), 언자부지(言者不知)” 아는 사람은 함부로 말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일수록 말이 많다는 뜻이다. 공허한 공약과 비난을 내려놓고 지역의 현실을 직시하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유권자는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상대를 깎아내려 얻은 승리는 오래가지 않는다. 남은 50일, 지방의 미래를 담보로 한 소모적 경쟁을 멈추고 ‘지방의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것이 주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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