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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무신사 '책상을 탁' 카드뉴스 재논란…이재명 대통령 공개 비판

한석진 기자 2026-05-20 17:59:12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오전 엑스를 통해 무신사의 과거 광고 문구를 질타했다. [사진=이재명 대통령 엑스 갈무리]


[경제일보]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과거 사용했던 광고 문구가 다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에는 현직 대통령까지 공개 비판에 나서면서 단순한 온라인 해프닝 차원을 넘어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역사 감수성과 마케팅 문화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논란의 출발점은 무신사가 2019년 공식 SNS 계정에 올렸던 카드뉴스다. 슬리퍼형 양말 제품 사진과 함께 “속건성 책상을 탁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온라인에서는 즉각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치안본부 발표였던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사건을 가볍게 소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당시 무신사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냈다. 박종철기념사업회를 찾아 직접 사죄했고 재발 방지도 약속했다. 논란은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 다시 같은 이미지가 사회적 공분의 대상이 된 것은 단순히 오래된 게시물이 재유통됐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만큼 당시 표현이 사회적으로 남긴 불쾌감과 문제의식이 작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자신의 SNS에 해당 이미지를 직접 공유하며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과 그로 시발된 6월 민주항쟁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광고”라고 비판했다. 이어 “돈이 마귀라지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럴 수가 있을까”라고 적었다.
 

현직 대통령이 특정 기업의 과거 광고 사례를 직접 거론하며 공개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이번 사안을 단순 실수 이상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무신사는 이날 다시 사과문을 냈다. 회사 측은 “2019년 저지른 잘못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내부 프로세스 부재와 경솔한 판단이 남긴 상처를 지금까지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특정 직원의 실수나 일회성 오판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무신사는 단순 쇼핑몰이 아니다.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가운데 하나로 수천개 브랜드와 수백만명의 이용자를 연결하는 거대 플랫폼이다. 특히 10~30대 소비층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그런 기업에서 민주화 운동 과정의 비극을 연상시키는 표현이 내부 검수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적지 않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을 국내 플랫폼 기업 특유의 ‘밈 마케팅 문화’와 연결해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식 표현과 자극적인 언어유희를 활용해 화제성을 끌어내는 방식이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무엇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인지조차 무뎌졌다는 것이다.
 

실제 인터넷 문화에서는 과거 사회적 비극이나 정치적 사건이 희화화되거나 패러디 소재로 소비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문제는 기업까지 그런 문법을 무비판적으로 차용했다는 데 있다. 개인 이용자의 일탈적 표현과 대기업 플랫폼의 공식 마케팅은 무게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한국 현대사에서 국가 폭력과 민주화 운동의 비극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건으로 꼽힌다. 그만큼 단순 유행어나 가벼운 언어유희 소재처럼 소비하기에는 사회적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최근 들어 기업의 사회적 감수성을 바라보는 소비자 기준은 과거보다 훨씬 엄격해졌다. 제품 품질과 가격만이 아니라 기업이 어떤 역사 인식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까지 브랜드 평가 기준으로 삼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 온라인 문화에서는 자극적 패러디가 재미 요소처럼 소비되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특히 민주화 운동이나 국가 폭력 피해와 관련된 표현은 기업이 가장 조심해야 할 영역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소비자들은 단순 사과문보다 왜 그런 표현이 조직 내부에서 걸러지지 않았는지를 더 문제 삼는다”며 “플랫폼이 커질수록 사회적 책임도 함께 커진다는 점을 기업들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번 논란은 결국 국내 플랫폼 산업 전체에 던지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클릭 수와 화제성 경쟁 속에서 기업들은 어디까지 자극적 표현을 허용할 것인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역사적 상처와 사회적 기억은 얼마나 가볍게 소비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무신사 사태는 단순히 오래된 카드뉴스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플랫폼 시대 기업들이 어떤 감수성과 책임 의식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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