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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기자수첩] 잘 만드는 K-주얼리, 왜 소비자는 모를까…남은 건 '판로 숙제'

정보운 기자 2026-09-02 15:47:31

디자인·제작 역량 갖춰도 소비자 인지도 확보는 과제

상설 매장·대형 유통망 부족한 중소 브랜드 판로 한계

팝업 이후 재구매 잇는 브랜드 전략 필요

산업부 정보운 기자
 
[경제일보] 같은 실버도 브랜드의 손을 거치자 전혀 다른 주얼리로 탄생했다. 지난 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비더비에서 열린 '2026 서울 주얼리위크' 팝업에 참여한 16개 서울 주얼리 브랜드는 같은 소재를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 제품들을 선보였다. 매일 착용하기 좋은 심플한 디자인부터 패션쇼 무대를 연상시키는 두껍고 과감한 장식, 원하는 이니셜을 새겨 신발이나 옷에 달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제품까지 형태와 쓰임새도 다양했다.

전시장을 돌며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브랜드마다 뚜렷하게 다른 디자인과 제작 방식이었다. 같은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형태, 가공법, 표현 방식에서 각자의 개성이 드러났고 상당수 제품은 브랜드가 자체 제작해 이러한 차별성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줬다.

그런데 제품들을 한참 들여다보고 나니 다른 질문이 생겼다. '이런 브랜드들을 왜 평소에는 만나기 어려웠을까.'

이번 팝업에는 브랜드 경쟁력과 런웨이 적합성, 온라인몰 판매 가능 여부 등을 기준으로 서류와 면접 전형을 거쳐 최종 선정된 16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한 마디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준비까지 갖춘 브랜드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DDP에 모인 이유 중 하나는 더 많은 소비자에게 이름과 제품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팝업 운영 방식에서도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고민이 드러났다. 현장에서는 제품을 직접 판매하지 않고 관람객이 주얼리를 살펴본 뒤 마음에 드는 제품의 QR코드를 찍으면 각 브랜드의 온라인몰로 연결되도록 했다. 여기에 AI가 얼굴형과 퍼스널컬러, 스타일을 분석해 팝업 참여 브랜드 전시 제품 가운데 어울리는 주얼리를 추천하는 체험을 더해 제품 탐색부터 온라인 구매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AI를 활용한 새로운 쇼핑 방식이지만 조금 다르게 보면 낯선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했다. 소비자는 평소 이름조차 몰랐던 브랜드 제품을 추천받고 바로 행사장에서 실제 제품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AI로 자신의 이미지와 스타일을 분석한 뒤 어울리는 주얼리를 곧바로 비교해볼 수 있어 제품 선택과 구매 판단을 돕는 구조로 보였다.

서울 주얼리위크가 디자인 개발부터 브랜드화, 판로 확대를 주요 지원 과제로 삼은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기술과 그 제품이 소비자에게 발견되는 능력은 별개의 문제다. 디자인이 좋아도 소비자가 브랜드를 모르고 제품을 볼 기회가 없다면 구매 후보에 오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브랜드일수록 소비자에게 이름을 알리고 판매 기회를 넓히는 과정은 더욱 쉽지 않다. 상설 매장 운영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대형 유통 채널에 입점하더라도 곧바로 소비자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몰 역시 개설 여부 자체보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발견하고 제품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팝업이나 런웨이 한 번으로 판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행사는 소비자가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할 계기를 만들 수는 있지만 이후 관심을 실제 구매와 재구매로 이어가며 브랜드 이름을 각인시키는 과정은 각 브랜드의 몫이다.

'잘 파는 힘' 역시 단순히 제품 노출을 늘리거나 할인 폭을 키우는 데 있지 않다. 브랜드만의 디자인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넓혀 시장에서 선택받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공공 지원과 팝업은 그 출발점을 마련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은 결국 브랜드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팝업이 끝나면 DDP 전시대에 놓였던 주얼리도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반짝 눈길을 끄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이후에도 소비자가 브랜드를 되찾게 만드는 것이다. 이번 서울 주얼리위크가 일회성 무대에 머물지 않고 전시장을 떠난 뒤에도 소비자의 기억과 선택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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