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급락했지만 기업들의 달러 보유액은 오히려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기업들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시점을 늦추고 있고, 수입기업들은 향후 환율 반등 가능성에 대비해 달러를 미리 확보하고 있으며, 개인 역시 저렴해진 달러를 사들이면서 은행권 외화예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345.0원까지 내려갔다. 지난 2024년 10월 8일 장중 1344.6원을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 7월 1일 기록한 연고점 1599.2원 대비 254원 이상 하락했다.
환율이 빠르게 떨어지는 가운데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은 오히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3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769억8300만 달러(약 104조원)로, 5대 은행 합산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지난 2021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달러예금 증가세는 기업들이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633억200만 달러(약 85조2000억원)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8월 한 달 동안 60억8000만 달러(약 8조2000억원) 증가한 데 이어 이번달 들어 3영업일 만에 추가로 약 5억 달러(약 7000억원)가 늘었다. 전체 달러예금 가운데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80%를 웃돈다.
환율이 내려가면 일반적으로 수출기업이 보유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려는 유인이 커지지만, 최근에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환율이 더 떨어질 경우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당장 달러를 원화로 바꾸기보다 향후 필요한 시점까지 외화로 보유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수출기업에게는 수출대금으로 들어온 달러를 당장 원화로 바꾸지 않고 보유하면서 환전 시점을 늦출 수 있는 것으로 꼽힌다. 반대로 수입기업은 현재의 낮아진 환율을 활용해 향후 결제에 필요한 달러를 미리 나눠 사들이는 방식으로 환율 상승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최근 기업 달러예금 증가는 이 같은 양쪽 수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개인들의 달러 매수세도 강해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원화에서 달러로 환전한 규모는 지난달 3억8900만 달러(약 5000억원)로 지난 1월 이후 가장 많았다. 이번달 들어서도 3일까지 6000만 달러(약 800억원)가 추가됐다.
엔화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1조1243억3000만엔(약 9조6600억원)으로 지난 2024년 10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증가했다. 지난달 말과 비교하면 415억8000만엔(약 4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850원대까지 떨어진 것이 엔화 수요를 자극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2일 한때 853.07원까지 내려가면서 최근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엔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면서 일본 여행을 앞둔 소비자는 물론 향후 엔화 가치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변동성이 가장 극심한 구간이기 때문에 각자의 포지션과 현금 흐름에 따라 고민이 가장 많은 시기"라며 "지금으로서는 1300원대 초반까지 추가 하락한 이후 중후반으로 복귀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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