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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경제일보] 세분화된 수요를 브랜드로 육성…코오롱FnC의 '시장 개척법'

정보운 기자 2026-09-10 08:46:14

53년 이어온 '실험 DNA'…작은 수요 상품화해 시장성 검증

상품으로 가능성 확인해 브랜드화…워크웨어·낚시웨어 등 틈새 공략

팬덤·IP 결합해 사업 영역 확장도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위치한 코오롱인더스트리 본사 '원앤온리타워' 전경.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경제일보] 등산을 위해 따로 옷을 산다는 개념조차 낯설던 1973년 코오롱FnC(Fashion & Culture)는 서울 무교동에 코오롱스포츠 첫 매장을 열었다. 산에 오를 때 군복이나 청바지를 입는 경우가 흔했던 시절 전문 등산복과 장비를 선보이며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개척했다.

회사는 이후에도 규모가 크지 않은 수요를 상품으로 검증한 뒤 성장 가능성이 확인되면 독립 브랜드로 육성하는 방식을 이어왔다. 바지 한 벌에서 출발한 24/7과 산업현장 종사자를 겨냥한 볼디스트, 전문 낚시웨어 웨더몬스터가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헬리녹스 웨어와 지식재산권(IP)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코오롱FnC의 53년을 관통하는 DNA는 이 같은 '실험'이다. 시장이 충분히 형성된 뒤 진입하기보다 세분화되는 소비 수요를 상품과 브랜드로 구체화하며 사업 가능성을 확인해왔다.
 
[사진=Chat GPT]
 
국내 첫 아웃도어에서 트레일러닝까지…53년째 시장 재설계
코오롱FnC의 첫 실험은 회사의 모태인 코오롱스포츠였다. 스포츠와 레저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던 1973년 전문 등산복과 장비를 내놓은 뒤 국내 레저문화 확산에 맞춰 상품군을 넓혔다.

코오롱스포츠는 장수 브랜드에 머무르지 않고 2019년부터 리브랜딩을 추진하며 상품과 마케팅, 매장 전략을 재정비했다. 상록수 로고와 자연이라는 핵심 정체성은 유지하되 트레일러닝·백패킹 등 새롭게 부상한 아웃도어 수요를 상품과 브랜드 경험에 반영했다.

올해는 트레일러닝을 전문 영역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지난 4월 트레일러닝·클라이밍 선수로 구성된 '코오롱 애슬릿'을 창단하고 선수들을 상품 개발 과정의 '필드 엔지니어'로 활용해 실제 활동 데이터를 연구개발(R&D)에 반영하고 있다. 관련 의류·신발·용품도 가을·겨울 시즌까지 확대했다.
 
[사진=Chat GPT]
 
상품·아이디어부터 시장 검증…독립 브랜드로 육성
작은 수요를 상품으로 시험한 뒤 브랜드로 키우는 전략은 '24/7'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7년 가을·겨울 시즌 남성복 시리즈 온라인 전용 '24/7 팬츠'로 출발해 누적 4만5000장이 팔리자 2020년 독립 브랜드로 확대했다.

이후 티셔츠와 아우터, 여성복·유니섹스 제품으로 상품군을 넓힌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성수동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오프라인 사업도 강화했다. 이 같은 확장에 힘입어 올해 1~5월 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했다.

아카이브 앱크도 사내 아이디어를 시장 검증한 뒤 사업화한 사례다. 2019년 슈콤마보니 직원들의 제안으로 가방과 신발을 코오롱몰에서 약 4개월간 시험 판매한 뒤 정식 론칭했다. 대표 상품 '플링백'은 올해 누적 판매량 약 7만개를 기록했고 상품군도 의류까지 확대됐다. 두 브랜드 모두 온라인에서 소비자 반응과 시장성을 확인한 뒤 상품군과 유통망을 확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진=Chat GPT]
 
주류 패션 밖에서 찾은 성장축…워크웨어·낚시웨어·업사이클링
사업 영역은 기존 패션 카테고리 밖으로도 넓어졌다. 2020년 선보인 볼디스트는 산업현장 종사자를 주요 소비자로 삼아 실제 작업환경에서 필요한 기능성과 안전성을 제품에 반영했다. 이를 위해 현장 작업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고강도 아라미드 섬유 '헤라크론'을 의류와 안전화 등에 적용했다.

상품 개발에 참여한 워커 그룹은 2025년 기준 200팀 이상으로 늘었고 2024년 상품 재구매율은 49%를 기록했다. 2024년부터 B2B 사업도 확대하면서 올해 1~5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했다.

2022년에는 코오롱스포츠의 기능성 의류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 낚시웨어 '웨더몬스터'를 출시해 장비·용품 중심이던 낚시 시장의 의류 수요를 공략했다. 사업화 대상은 특정 소비 수요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2012년 론칭한 래코드는 재고 의류를 활용한 업사이클링을 독립 브랜드로 구축하며 패션산업의 재고 문제를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전환했다.
 
[사진=Chat GPT]
 
팬덤·IP로 사업 확장…늘어난 브랜드 '옥석 가리기'
최근에는 이미 팬덤을 확보한 외부 브랜드와 IP에 아웃도어·자체 브랜드 운영 노하우를 접목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론칭한 '헬리녹스 웨어'가 대표적이다. 코오롱FnC는 아웃도어 기어 브랜드 헬리녹스의 기술 이미지와 팬덤에 자사의 기능성 소재·의류 제작 역량을 결합해 의류 사업으로 확장했다. 론칭 직후 운영한 첫 팝업스토어에는 11일간 약 6000명이 방문했고 일부 제품은 조기 소진됐다. 이후 오프라인 유통망을 넓혔으며 10일에는 서울 압구정 로데오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독립적인 브랜드 거점도 마련했다.

올해 6월에는 IP 기반 신사업을 전담하는 'V본부'를 사내독립기업 형태로 출범시키며 패션과 IP·콘텐츠 분야의 인력을 배치해 팬덤을 대중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규 브랜드와 사업이 늘어날수록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영역을 선별하는 판단 능력도 중요해진다. 개발·생산·마케팅 비용이 발생하고 판매 부진은 재고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런 부담은 지난해 실적에도 반영됐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한 2964억원, 영업이익은 53.4% 줄어든 75억원에 그쳤으며 패션 소비 위축과 신규 브랜드 도입 비용이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주요 사업 회복과 운영 효율화 효과가 나타나며 실적이 반등했다. 2분기 매출은 31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8억원으로 110.7% 늘었다. 아웃도어·골프웨어·남성복 성장에 신상품 판매 확대와 유통 채널 다변화가 더해지며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앞으로의 관건은 신규 브랜드 숫자보다 시장성이 확인된 사업을 선별해 장기 성장 브랜드로 육성하는 데 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새로운 시장이라고 해서 유행만 보고 진입하는 것은 아니다. 볼디스트도 50년간 축적한 기능성 의류 제작 역량과 30년간의 유니폼 사업 노하우, 계열사의 고기능성 소재 경쟁력이 맞물리면서 사업 가능성을 판단했다"며 "헬리녹스 웨어와 IP 신사업 역시 축적한 아웃도어와 자체 브랜드 경영 노하우를 활용해 고객에게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와 상품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아주경제 2026년 09월 10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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