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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경제일보] 출점 경쟁 종료 선언…세븐일레븐, 37년 만에 '양보다 질'로 승부

정보운 기자 2026-09-15 09:16:22

국내 1호 편의점, 매출·수익성 체질 전환

1988년 첫 올림픽선수촌점…2000년부터 로손·바이더웨이 M&A 성장

점포별 상품 60% 조정 '뉴웨이브' 실험…작년 매출 신장률 10%p 확대

점포 3000개 정리하고 1곳 당 매출 15.4%⊞…효율화 11분기만에 흑자

[사진=ChatGPT]


[경제일보] 국내 편의점 1호를 연 세븐일레븐이 ‘점포 수 경쟁’에서 ‘점포 질 경쟁’으로 성장 전략을 바꾸고 있다. 1989년 5월 서울 송파구에 국내 첫 편의점 ‘올림픽선수촌점’을 연 뒤 출점과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워왔지만 이제는 저효율 점포를 정리하고 기존 점포 한 곳의 매출과 수익성을 높이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2022년 말 1만4265개까지 늘었던 세븐일레븐의 점포는 올해 3월 말 1만1040개로 3000개 이상 줄었다. 반대로 점포당 매출은 상승했다. 편의점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많이 여는 것’보다 ‘한 점포에서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국내에 24시간 편의점이라는 새로운 유통 공간을 들여온 뒤 점포망 확장을 성장의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자체 출점뿐 아니라 로손, 바이더웨이, 한국미니스톱을 잇달아 인수하며 전국 단위 점포망을 구축했다. 점포 수가 소비자 접근성과 구매력, 매출 규모로 직결되던 시기에는 외형 확대가 곧 경쟁력이었다.
 

점포 수 정점 찍고 ‘덜어내기’…37년 확장 공식 바꿨다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은 1988년 설립된 뒤 이듬해 올림픽선수촌점을 열며 국내 편의점 산업의 첫 장을 썼다. 이후 2000년 로손 248개 점포를 인수했고, 2010년에는 바이더웨이를 품었다. 당시 세븐일레븐 약 2000개 점포에 바이더웨이 점포 약 1200개가 더해지면서 단숨에 3000개가 넘는 점포망을 확보했다.

2012년 말에는 점포 수를 7202개까지 늘리며 당시 GS25를 앞서기도 했다. 규모 확대 전략의 정점은 2022년 한국미니스톱 인수였다. 롯데그룹은 약 3133억원에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인수했고 코리아세븐은 약 2600개 미니스톱 점포를 세븐일레븐으로 통합했다. 그해 말 점포 수는 1만4265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편의점이 골목마다 들어선 성숙 시장에서는 점포 확대의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신규 출점이 기존 점포와 고객을 나눠 갖는 효과를 내는 데다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도 커졌다.

이에 세븐일레븐은 2023년부터 전략을 바꿨다. 저효율 점포의 계약을 종료하고 신규 출점을 조절하는 대신 고매출이 기대되는 우량 입지를 선별하기 시작했다. 점포 수는 2022년 1만4265개에서 2023년 1만3130개, 2024년 1만2152개, 올해 3월 말 1만1040개로 감소했다.

외형은 줄었지만 점포 생산성은 개선됐다. 점포당 매출은 2023년 3억9600만원에서 지난해 4억5700만원으로 15.4% 증가했다.

상권·매출 데이터를 활용한 기존점 개선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약 1700개 점포의 상품 구성과 운영 방식을 조정한 결과 개선 점포의 매출 신장률이 미시행 점포보다 약 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올해는 적용 점포를 약 5000개까지 늘렸고 매출 신장률 격차도 약 10%포인트로 확대됐다.

매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2024년 10월 선보인 차세대 가맹 모델 ‘뉴웨이브’가 대표적이다. 상권 특성에 따라 상품과 공간 구성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지난 3월 문을 연 한양대프라자점은 대학 상권 특성을 반영해 라면 진열 공간을 일반 점포보다 약 3배 늘리고 셀프 라면 조리기와 셀프 계산대를 설치했다. 치킨·즉석피자·군고구마·커피 등을 한곳에 모은 ‘푸드스테이션’도 배치했다.
 

김밥부터 24시간 배달까지…1만점의 ‘판매력’ 다시 키운다


기존점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또 다른 축은 상품이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김밥류·샌드위치·베이커리·치킨·퀵커머스를 5대 중점 카테고리로 선정하고 먹거리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약 1년에 걸쳐 개발한 ‘라이스 프로젝트’를 통해 냉장밥의 노화를 줄이고 수분 보존 기술을 적용했다. 삼각김밥과 김밥뿐 아니라 초밥과 마끼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다.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빼킷’, 건강 간편식 브랜드 ‘밸런스푼’ 등 자체 상품군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소싱도 차별화 카드다. 일본 세븐일레븐을 벤치마킹한 즉석 스무디를 도입하고 저지우유푸딩, 토라쿠 로얄커스타드푸딩, 오하요 브륄레 밀크 등 일본 인기 디저트를 들여왔다.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협업 상품도 늘리고 있다.

점포의 판매 범위는 매장 밖으로 넓히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7월부터 쿠팡이츠 배달 서비스를 순차 도입해 전국 약 1500개 점포에서 운영하고 있다. 24시간 영업 점포와 연계한 24시간 배달 체계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점포를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주변 상권의 물류·배달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체질 개선 효과는 실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개별 기준 매출 4조8227억원, 영업손실 686억원을 기록했다. 점포 감소 등의 영향으로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손실은 전년 844억원보다 158억원 축소됐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2조29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지만 영업손실은 427억원에서 156억원으로 271억원 줄었다. 특히 2분기에는 매출이 2.6% 감소한 1조2178억원에 그쳤음에도 4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87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서며 11개 분기 만에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아직 체질 개선이 완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반기 전체로는 여전히 15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도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미니스톱 인수 이후 줄어든 외형을 기존점 성장과 점포당 수익성 향상으로 얼마나 보완하느냐가 향후 과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가맹점의 경쟁력이 곧 브랜드 경쟁력이라는 판단 아래 기존점 개선과 우량 입지 중심 출점을 통해 점포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간편식과 글로벌 소싱 등 차별화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퀵커머스 등 O4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확대해 지속적인 실적 개선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아주경제 2026년 09월 15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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