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건물을 지을 때마다 처음부터 설계하고 전력과 냉각설비를 맞추던 데이터센터 건설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LG유플러스가 AI 데이터센터(AIDC)의 주요 구조물과 설비를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PMDC(사전제작형 모듈러 데이터센터)에 공을 들이고 있다. AI 컴퓨팅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을 ‘얼마나 크게 짓느냐’에서 ‘얼마나 빨리 반복해서 지을 수 있느냐’로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는 이달 GS건설, 자이C&A, 간삼건축, D&O CM과 ‘PMDC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통신회사와 건설·설비·설계·사업관리 업체가 한 팀을 꾸려 국내 환경에 맞는 데이터센터 표준모델을 만드는 협력체다.
PMDC는 건축 구조물과 전력·냉각설비 등을 공장에서 사전에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기존 데이터센터는 부지와 고객 요구에 맞춰 설계부터 설비 배치까지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PMDC는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와 설비를 표준화해 공사 기간을 줄이고 프로젝트마다 품질이 달라지는 문제를 낮추는 데 목적이 있다.
AI 시대에는 이 ‘시간’이 중요하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GPU는 수개월 내 확보할 수 있지만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통상 3~4년이 걸린다. AI 칩 세대와 고객 요구는 빠르게 바뀌는데 이를 담을 건물이 뒤늦게 완성되면 투자 시기를 놓칠 수 있다. 회사가 파주 AIDC에도 일부 사전 제작 구조물을 적용해 공기를 앞당기는 이유다.
LG유플러스가 구상하는 PMDC 규모도 작지 않다. 얼라이언스는 100MW급 하이퍼스케일 신규 데이터센터를 염두에 둔 표준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작은 규모에서 시작해 모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기존 건물을 AIDC로 전환하는 레트로핏 모델도 함께 추진한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냉각 요구량이 커 기존 IDC를 그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반면 새 건물을 지을 경우 부지와 전력 확보, 인허가에 시간이 걸린다. 기존 건물의 구조를 살리면서 전력·냉각설비를 AI 환경에 맞게 바꿀 수 있다면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역할도 구체적으로 나눴다. LG유플러스는 전국 데이터센터와 파주 AIDC 운영 경험을 토대로 운영 기준과 기술 요건을 정의하고 사업 방향과 모델 검증을 맡는다. 건물이 완성된 뒤 실제로 운영하기 편한지를 설계 단계부터 반영하는 역할이다.
GS건설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시공 경험을 활용해 신규 PMDC의 공정 최적화와 EPC를 담당한다. 자이C&A는 기계·전기·배관(MEP) 구축 경험을 기반으로 레트로핏 모델과 전력·냉각 최적화를 맡는다. 간삼건축은 데이터센터 표준 설계를, D&O CM은 전체 프로젝트와 공정 관리 역할을 수행한다. 설계부터 시공, 운영까지 한 협력체 안에 묶은 셈이다.
이 구조가 자리 잡으면 LG유플러스의 AIDC 사업도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직접 데이터센터를 건설해 공간과 전력을 제공하는 사업 비중이 컸지만 앞으로는 다른 사업자의 데이터센터를 설계하고 지어준 뒤 운영까지 맡는 DBO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자체를 하나의 ‘상품’처럼 만들어 판매하는 구조다.
파주 AIDC는 이 모델을 검증하는 첫 대형 레퍼런스 역할을 한다. 200MW 전력 공급을 확보했고 내년 6월 준공 예정인 1동은 이미 계약이 끝났다. LG유플러스는 파주를 통해 냉각과 배전, 배터리, 운영시스템을 검증한 뒤 이를 PMDC 표준모델에 반영할 수 있다.
사업 목표도 이 방향과 연결된다. LG유플러스는 2030년까지 AIDC 누적 수주 5조원과 연평균 매출 15~20% 성장을 제시했다. 파주와 평촌 등 자체 데이터센터만 늘려서는 공급 속도와 투자비에 한계가 있다. 외부 자산운용사와 고객의 부지까지 활용해 표준화된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구축하고 운영까지 맡는 방식이 필요한 이유다.
PMDC가 해결해야 할 부분도 있다. 데이터센터는 지역마다 전력 조건과 부지, 건축 규제, 고객 장비 구성이 다르다. 자동차처럼 완전히 같은 제품을 찍어낼 수는 없다. 결국 표준화할 부분과 고객별 맞춤 설계가 필요한 부분을 어디까지 나눌지가 사업성의 핵심이 된다.
그럼에도 데이터센터를 매번 새로 설계하는 방식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는 작지 않다. AI 경쟁에서는 최신 GPU를 확보하는 것만큼 그 GPU가 들어갈 공간을 제때 공급하는 일이 중요하다. 데이터센터 건설 기간을 줄이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LG유플러스가 PMDC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파주라는 대형 AIDC 한 곳을 성공시키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파주에서 축적한 설계와 운영 방식을 반복 가능한 모델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데이터센터를 잘 운영하는 통신사를 넘어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만들고 복제하는 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다면 5조원 수주 목표를 뒷받침할 또 하나의 성장축이 될 수 있다.
[아주경제 2026년 10월 01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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