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뉴욕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소개하며 꺼낸 말이다. 두 회사 모두 인공지능(AI)에 힘을 쏟고 있고 두 사람 모두 ‘매디슨’이라는 이름의 딸이 있으며 갤럭시 Z 폴드8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딱딱했던 시상식장은 웃음으로 풀렸다.
1일 코리아소사이어티와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갈라에서 밴 플리트상을 받았다. 밴 플리트상은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이나 단체에 주는 상이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황 CEO가 AI와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과 오랫동안 협력한 점을 평가했다.
축사에 나선 이 회장은 황 CEO와의 오랜 인연을 꺼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약 25년 전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 전시회 CES였다. 이 회장은 당시 황 CEO가 큰 꿈을 갖고 있었고 자신이 믿는 사업에 모든 것을 걸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축사 마지막에는 황 CEO를 자신의 ‘팬이자 사업 동반자 그리고 오랜 친구’라고 소개했다.
25년 전 엔비디아는 게임 화면을 빠르게 처리하는 반도체 회사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지금은 AI 계산에 필요한 핵심 반도체를 만드는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널리 쓰이면서 엔비디아의 반도체는 세계 데이터센터의 핵심 장비로 자리 잡았다. 황 CEO의 영향력도 함께 커졌다.
특히 삼성전자가 힘을 쏟는 분야가 고대역폭메모리, HBM이다. HBM은 여러 개의 메모리 반도체를 층층이 쌓아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도록 만든 제품이다. AI는 짧은 시간에 많은 데이터를 계산해야 해 이런 고성능 메모리가 꼭 필요하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판매가 늘면 HBM 수요도 함께 커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에서 차세대 HBM 제품인 HBM4E를 공개했다. 삼성은 메모리뿐 아니라 반도체 생산과 여러 반도체를 하나로 묶는 기술까지 함께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한 회사에서 반도체 생산의 여러 과정을 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반도체 공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AI 기술을 반도체 연구와 설계, 생산에 활용하는 ‘AI 팩토리’를 추진하고 있다. AI를 이용해 반도체를 더 빨리 설계하고 생산 과정의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두 회사의 관계가 제품 공급을 넘어 생산 기술 협력으로 넓어지고 있다.
이 회장이 이날 “두 회사 모두 AI에 올인하고 있다”고 말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삼성은 AI 시장이 커질수록 메모리와 반도체 생산, 데이터센터, 스마트폰까지 사업 기회가 함께 늘어난다. 엔비디아는 이 시장의 중심에 있는 고객이면서 함께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갤럭시 Z 폴드8도 축사에 등장했다. 이 회장은 자신과 황 CEO가 모두 폴드8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황 CEO도 행사장에서 삼성 스마트폰을 들어 보였다. 이 회장의 축사에는 25년 인연과 사업 협력, 삼성 제품 이야기가 함께 담겼다.
이번 행사는 삼성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 회장의 부친인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20년 전인 2006년 같은 밴 플리트상을 받았다. 당시 코리아소사이어티는 삼성이 한국 경제 성장과 한국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20년 뒤 이 회장은 황 CEO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같은 행사 연단에 섰다.
삼성은 행사에 앞서 뉴욕 타임스스퀘어 대형 전광판에 황 CEO의 수상을 축하하는 영상도 띄웠다. 영상에서는 황 CEO를 AI 산업의 길을 연 개척자이자 산업의 틀을 만든 인물, 새로운 시장을 키운 경영자로 소개했다. 마지막에는 오랜 친구라는 표현도 넣었다.
AI 반도체 경쟁은 기술과 생산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어느 기업과 얼마나 오래 거래했고 경영진끼리 얼마나 깊은 신뢰를 쌓았는지도 중요하다. 수조원대 투자가 오가고 장기간 공급 계약을 맺는 반도체 산업에서는 최고경영자 사이의 신뢰가 사업 결정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재용과 젠슨 황은 25년 전 CES에서 처음 만났다. 황 CEO가 세계 AI 산업의 중심에 선 지금 그 인연은 삼성의 AI 사업과 맞물리고 있다. 뉴욕에서 오간 농담과 웃음 뒤에는 삼성과 엔비디아가 쌓아온 25년의 시간이 있었다.
Copyright © 경제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AI·글로벌로 인터넷은행 2막 [2026 금융리더십]](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9/29/20260929133409206474_388_136.jpg)
![[경제일보] 데이터센터도 찍어낸다…LG유플러스가 PMDC에 꽂힌 이유[LGU+, AI 팩토리를 짓다③]](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9/30/20260930003831782894_388_136.jpg)

![[현장] 김성포 대표 안정적 캐시카우에서 글로벌 재생의료 플랫폼으로 도약](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10/01/20261001142035893169_388_13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