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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현장] 100일 만에 1000만개…삼양 '짜르르', 정체된 시장서 프리미엄 안착

정보운 기자 2026-10-07 13:57:07

2600억원 규모 짜장라면 시장 감소세…삼양, 중저가·프리미엄 투트랙 운영

짜르르 출시 뒤에도 짜짜로니 매출 5% 성장…기존 수요 잠식 없이 외연 확대

우지 유탕·액상소스·두꺼운 면으로 차별화…우지 제품군 국내외 확대 추진

7일 서울 중구 삼양식품 명동 본사에서 열린 '짜르르' 미디어 시식회에서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이 인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정보운 기자]
 
[경제일보] "정체돼 있고 잔잔한 시장에 확실한 차별화와 좋은 제품력으로 돌을 던져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삼양식품 명동 본사에서 열린 '짜르르' 미디어 시식회에서 채혜영 삼양식품 상품본부장은 짜장라면 시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채 본부장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행사장 뒤편 주방에서는 흰 연구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한 번에 30개씩 짜르르를 끓여 기자들에게 내놓았다. 전국 짜장 맛집 100여곳을 돌며 맛을 분석하고 소스와 면 배합을 수백 차례 반복해 제품을 개발한 연구원들이 이날 직접 조리까지 맡은 것이다.

삼양식품이 짜장라면 한 제품에 이처럼 공을 들인 데는 정체된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끌어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6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국내 짜장라면 시장은 약 2600억원 규모지만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는 기존 '짜짜로니'와 다른 가격대와 제품 사양을 갖춘 프리미엄 '짜르르'를 앞세워 줄어드는 시장에서 새로운 소비층 확보에 나섰다.
 
7일 서울 중구 삼양식품 명동 본사에서 열린 '짜르르' 미디어 시식회에서 채혜영 삼양식품 상품본부장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정보운 기자]

채 본부장은 "짜장라면은 신제품이 많이 나오는 시장도 아니고 굉장히 정체돼 있는 시장"이라며 "삼양식품은 짜짜로니라는 오래된 브랜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짜장라면 카테고리에서 재기를 늘 노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기존 제품을 교체하는 대신 가격대와 제품 특성을 세분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짜짜로니를 유지하면서 맛과 원료, 제품 사양을 강화한 짜르르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별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투트랙 전략은 실제 판매 성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올해 짜짜로니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해 짜르르 출시 이후에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회사는 짜르르가 기존 수요를 잠식하기보다 별도 수요를 형성하며 짜장라면 부문의 매출 외연을 넓히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제품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짜르르도 출시 초기부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지난 7월 출시 이후 약 100일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기록하며 짜장라면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삼양식품이 올해 짜르르에 세운 매출 목표는 100억원 이상으로 현재 목표치 달성을 앞두고 있다.

초기 흥행은 일시적인 공급 부족으로도 이어졌다. 온라인 사전 판매에서 소비자 주문이 몰린 데 이어 유통업체의 초도 발주까지 예상치를 웃돌면서 한때 생산 가능한 물량을 넘어섰다. 현재는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생산량을 조정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망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채 본부장은 "짜르르만으로 순전히 매출 순증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중저가 제품뿐 아니라 프리미엄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소비자가 취향에 맞게 여러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짜르르' 미디어 시식회에서 이병훈 삼양식품 연구소장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정보운 기자]

프리미엄 전략은 제품 설계에서도 드러난다. 짜르르는 삼양식품이 지난해 '삼양1963'을 통해 36년 만에 다시 적용한 우지 유탕 방식을 짜장라면으로 확장한 제품이다. 면을 우지로 튀긴 뒤 진한 고기 풍미의 액상소스와 소고기 다이스 등 두 종류의 후레이크를 더했다.

삼양식품 연구소는 제품 개발을 위해 전국 짜장 맛집 100여곳을 찾아 볶음향과 농도, 면의 굵기와 찰기, 소스가 배어드는 정도 등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1년 반 동안 소스 배합을 450회 이상, 면 배합을 300회 이상 반복하며 제품 기준을 구체화했다.

이 과정에서 소스는 분말 대신 액상 형태를 택했다. 건조 과정에서 향미가 일부 사라지는 분말스프의 한계를 보완하고 춘장, 채소, 소고기 풍미를 보다 선명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다. 면 역시 진한 소스를 머금은 뒤에도 쉽게 퍼지지 않도록 기존 제품보다 두툼하고 치밀하게 설계했다.

이병훈 삼양식품 연구소장은 "유탕면에는 기름이 많이 포함돼 있는데 기름 자체의 본질을 바꿔야 짜장의 풍미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소고기 풍미와 고소한 향, 가열했을 때 살아나는 우지의 특성이 짜장소스와 만났을 때 깊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우지의 풍미를 끝까지 살리기 위해 조리 방식도 달리했다. 짜르르는 일반적인 짜장라면처럼 면을 끓인 뒤 물을 버리지 않고, 우지로 튀긴 면에서 우러나온 풍미가 담긴 면수에 액상소스를 바로 섞는다. 면수에 남은 우지의 고소함과 짜장소스의 진한 맛을 함께 살리기 위한 방식이다.
 
삼양식품 짜장라면 '짜르르' [사진=정보운 기자]

직접 맛본 짜르르는 단맛보다 짭조름한 맛과 고기 풍미가 두드러졌으며 두툼한 면은 진한 소스를 머금고도 쉽게 퍼지지 않아 쫄깃한 식감을 유지했다. 기존 대중형 짜장라면과 맛, 식감에서 차별화를 두려는 제품 설계가 실제 시식에서도 비교적 뚜렷하게 느껴졌다.

삼양식품은 짜르르를 개별 신제품에 그치지 않고 '우지'를 활용한 제품군 확대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삼양1963에 이어 우지파개장과 짜르르까지 적용 범위를 확장한 데 이어 향후 우지의 깊은 맛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맛과 제품 형태를 검토하고 있다.

김희정 삼양식품 상품팀장은 "삼양1963부터 짜르르까지 우지를 활용한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단발성 신제품 출시를 넘어 우지를 삼양식품만의 핵심 헤리티지이자 자산으로 키워 국내와 해외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우지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동물성 원료에 대한 국가별 규제가 다른 만큼 수출이 가능한 국가를 우선 공략하고 있다. 삼양1963은 현재 미국 H마트와 일본 세븐일레븐 등에서 판매 중이며 향후 규제와 연구개발 여건을 고려해 수출 국가를 순차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날 시식회가 끝나갈 무렵에는 예정에 없던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도 행사장을 찾았다. 김 회장은 기자들의 테이블을 찾아 "제품을 계속 먹으면서 업그레이드해왔다"며 짜르르 개발 과정과 제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출시 약 100일 만에 1000만개 판매와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른 짜르르의 다음 과제는 초기 흥행을 장기 수요로 이어가는 것이다. 기존 짜짜로니와 수요층을 나누면서 프리미엄 시장에 안착할 경우 삼양식품의 투트랙 전략은 정체된 짜장라면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여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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