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 본사 전경.[사진=알테오젠]
[경제일보] 세계 매출 1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피하주사(SC) 제형이 유럽 주요국에서 잇따라 판매 금지 조치를 받으면서 알테오젠의 특허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다만 미국에서 관련 특허의 무효 심결이 나온 데다 유럽에서도 추가적인 무효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이번 판결이 최종 결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은 현지시간 지난 7일 미국 할로자임의 유럽 특허(EP 2,797,622·EP622)를 근거로 MSD의 키트루다SC 제조·판매·수입을 금지했다. 금지 대상은 벨기에·덴마크·프랑스·아일랜드·이탈리아·스웨덴·스위스·네덜란드 등 8개국이다.
법원은 키트루다SC가 할로자임의 피하주사 전환 기술인 MDASE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MSD가 제기한 특허 무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MSD의 유럽 판매허가 보유 법인이 네덜란드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네덜란드 법원의 명령이 여러 국가에 효력을 미치는 교차국경 금지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번 분쟁의 핵심에는 알테오젠의 히알루로니다제 ‘ALT-B4’가 있다. ALT-B4는 정맥주사 제형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알테오젠의 플랫폼 기술 ‘하이브로자임’의 핵심 물질이다. 키트루다SC에 이 물질이 사용되자 할로자임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해 왔다.
키트루다SC는 독일에서도 판매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뮌헨 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같은 특허를 근거로 판매 금지 가처분을 내렸다. MSD가 항소한 가운데 다음 달 항소심 심리가 열릴 예정이다. 네덜란드 결정까지 더해지면서 키트루다SC의 유럽 시장 확대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당장의 매출 감소보다 MSD의 중장기 전략에 미칠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MSD가 지난 8월 발표한 올해 2분기 키트루다 매출은 총 83억6600만 달러였다. 이 가운데 정맥주사 제형이 79억 달러, 피하주사 제형이 4억6300만 달러를 차지했다. 아직 SC 제형의 매출 비중은 작지만 키트루다의 핵심 특허가 2028년 만료될 예정인 만큼 SC 제형은 향후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대응할 주요 전략으로 꼽혀 왔다.
이번 판결이 할로자임과 MSD의 협상 구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미국 투자은행 TD코웬은 할로자임의 협상력이 강화돼 향후 라이선스 계약이나 경제적 합의로 이어질 여지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분쟁 대상인 EP622 특허는 2032년 12월 만료될 예정이다.
반면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럽 법원의 특허 무효 심리 기간이 짧았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독일과 네덜란드 법원이 특허 무효 여부를 판단하는 데 걸린 기간은 2~3개월에 그쳤다. 반면 미국 특허심판원(PTAB)은 심리 개시 결정에 약 6개월이 걸렸고 이후 1년가량 심리를 진행한 끝에 올해 5월 할로자임 특허에 대한 무효 심결을 내렸다.
영국에서 할로자임이 올해 5월 EP622 특허 취소에 동의한 점도 변수다. 금지 대상국 가운데 덴마크·프랑스·스웨덴·스위스에서는 별도의 특허 무효 소송이 진행 중이다. 네덜란드 법원의 명령에도 해당 국가 법원이 특허를 무효로 선언하면 그 나라에서 판매 금지 효력이 사라진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김 연구원은 “독일이나 교차국경 대상국 중 한 곳이라도 EP622의 무효를 선언하면 판세는 빠르게 바뀔 것”이라며 “그 결과는 2027년 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트루다SC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받는 알테오젠도 향후 법적 절차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음 달 독일 항소심과 각국의 특허 무효 소송 결과에 따라 키트루다SC의 유럽 판매 재개 시점은 물론 로열티와 마일스톤 수익 유입 일정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알테오젠은 “ALT-B4 사업은 하나의 제품이나 특정 국가의 판매에만 의존하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각국의 법적 절차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회사와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대응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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