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인사이트

[데스크 칼럼] 대통령이 제시한 '7대 비정상'… 문제는 범죄가 아니라 반복이다

한석진 기자 2026-03-07 07:00:00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사회의 ‘7대 비정상’을 지목했다. 마약범죄, 공직부패, 보이스피싱, 부동산 불법행위, 고액·악성 체납, 주가조작, 중대재해다. 정부는 제도 정비와 강력한 집행을 통해 이 문제들을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 제기 자체는 낯설지 않다. 한국 사회는 오래전부터 같은 종류의 문제를 반복해서 지적해 왔다. 달라진 것은 사건의 이름과 방식일 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이스피싱이다. 2000년대 중반 등장한 이후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단속이 강화될 때마다 범죄 조직은 해외로 이동했고 인터넷과 메신저를 활용한 새로운 방식이 등장했다. 범죄는 사라지지 않았고 단지 형태만 바뀌었다.
 

마약 범죄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과거에는 일부 계층의 문제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온라인 거래와 국제 밀반입 경로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단속이 강화될수록 유통 방식은 더 은밀해졌다.
 

금융시장에서는 주가조작이 반복된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고질적 범죄다. 정부가 합동 대응단을 꾸리고 처벌을 강화하면 한동안 잠잠해진다. 시간이 지나면 유사한 사건이 다시 등장한다.
 

부동산 시장도 다르지 않다. 전세사기와 기획부동산 불법 투기 온라인 집값 담합까지 방식만 바뀔 뿐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는 계속 나타난다. 규제와 완화 정책이 교차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고액·악성 체납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세 체납액은 이미 110조원을 넘어섰다. 납세 능력이 있음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 사례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집행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 현장의 중대재해 역시 반복되는 과제다. 안전 관련 법은 계속 강화됐다. 그러나 현장에서 안전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이처럼 서로 다른 영역의 사건들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통된 지점을 지적한다. 제도보다 집행력이다. 법과 규정은 존재하지만 현장에서 작동하는 감시와 책임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7대 비정상’이라는 표현은 문제를 드러내는 정치적 메시지일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왜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 사회의 과제는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는 데 있지 않다. 오래된 문제를 실제로 끝낼 수 있는 집행력과 책임 체계를 마련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