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기름값 잡겠다던 '석유 상한제'…주유소 가격 인하는 아직 절반

김아령 기자 2026-03-15 16:37:12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후 첫 주말인 1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를 찾은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DB]

[경제일보] 중동 지역 군사 충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정부는 기름값 안정을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했다. 정유사 공급가격 인하에도 주유소 판매가격 하락 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인하 속도는 아직 더딘 모습이다.
 
15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L)당 1840.9원으로 전날보다 4.5원 하락했다. 자동차용 경유 가격도 1842.1원으로 집계돼 전날보다 5.9원 낮아졌다.
 
다만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이후 가격 하락 흐름은 점차 둔화되는 모습이다. 제도 시행 초기 이틀 동안에는 두 자릿수 수준의 가격 하락이 나타났지만 시행 사흘째에는 인하 폭이 한 자릿수로 줄었다.
 
시장에서는 정유사 공급가격 인하 폭에 비해 주유소 판매가격 인하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13일 0시부터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 도매가격 상한을 제한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이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기름값 급등을 완화하기 위한 긴급 조치다.
 
이번 제도에 따라 앞으로 2주 동안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할 수 있는 도매가격 상한은 휘발유 리터당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설정됐다.
 
이는 지난 11일 기준 정유사 평균 공급가격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109원, 경유는 218원, 등유는 408원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사흘 동안 실제 주유소 판매가격 인하 폭은 휘발유 57.9원, 경유 76.9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공급가격 인하분 가운데 휘발유는 약 53%, 경유는 약 35% 정도만 소비자 판매가격에 반영된 셈이다.
 
일부에서는 국제유가 상승 국면에서는 기름값이 빠르게 오르지만 하락 국면에서는 인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 간 군사 긴장이 고조된 이후 주유소 판매가격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당시 휘발유 가격은 약 200원, 경유 가격은 약 300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주유소 업계는 가격 인하 속도가 제한적인 이유로 재고 구조를 들고 있다. 가격이 높은 시기에 확보한 재고가 남아 있는 경우 즉각적인 가격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주유소 유형에 따라서도 가격 인하 속도에는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정유사 직영 주유소나 정부 지원을 받는 알뜰주유소는 정책 효과를 반영해 비교적 빠르게 가격을 조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일반 자영 주유소는 손실 보전 장치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격 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주유소 업계는 이러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지난 13일 열린 석유 시장 점검 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에 주유소 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청했다. 현재 주유소 판매가격의 약 1.5% 수준인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여야 가격 인하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시장 경쟁 구조를 고려할 때 가격 인하는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 인하 효과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이 공개되면서 소비자들도 판매가격 구조를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가격 반영 여부를 시장에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공급가격 인하분이 소비자 판매가격에 제대로 반영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국 주유소 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가격 인하 효과가 시장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경우 추가 대응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급가격 인하가 실제 소비자 가격으로 이어지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