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사상급 실적을 기록했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나타나며 ‘숫자’만 놓고 보면 분명한 호황 국면이다. 그러나 흑자 기업 수는 줄고 적자 기업은 늘어나는 등 체감 경기와의 괴리는 오히려 확대되는 모습이다.
2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626곳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3082조7609억원으로 전년 대비 6.0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44조7882억원으로 25.39% 급증했고 순이익은 189조3910억원으로 33.57% 늘었다.
수익성 지표도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7.94%, 순이익률은 6.14%로 각각 1.22%포인트, 1.26%포인트 상승했다. 비용 통제와 고부가 제품 중심의 체질 개선이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영향력이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해도 흐름은 견조하다. 이들을 뺀 매출은 4.45% 늘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0.76%, 15.64% 증가했다. 반도체 편중 논란 속에서도 전반적인 기업 체력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개별 기준으로 봐도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714개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137조477억원으로 29.55% 늘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54.59%)와 제약(58.27%)이 실적을 견인했다. 반면 종이·목재(-95.59%), 비금속(-54.14%) 등 일부 전통 산업은 급격한 부진을 겪으며 업종 간 양극화가 심화됐다.
금융업도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이어갔다. 42개 금융사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5조8550억원으로 9.94% 증가했고 순이익은 42조9809억원으로 13.67% 늘었다. 순이익 규모는 금융지주가 24조5875억원으로 가장 컸고 보험(9조2566억원), 증권(5조5940억원), 은행(2조7328억원)이 뒤를 이었다. 특히 증권업은 순이익 증가율이 50.64%에 달해 실적 개선 폭이 두드러졌다.
재무 안정성도 일부 개선됐다. 코스피 상장사의 연결 부채비율은 108.33%로 전년 대비 2.88%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질적 지표’는 경고 신호를 보낸다. 흑자 기업은 줄고 적자 기업은 늘었다. 전체 626개사 중 흑자 기업은 471곳(75.24%)으로 전년보다 12곳 감소했고 적자 기업은 155곳으로 14곳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중심의 이익 쏠림과 업종 간 격차가 확대되면서 지표상 호황과 체감 경기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며 “금리·환율 변동성과 글로벌 수요 둔화 가능성을 감안하면 올해는 ‘선별적 성장’ 국면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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