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설] 여야정 회담, '정치'를 버리고 '민생'을 구하라

2026-04-06 10:36:09
4·3 추념식서 만난 여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제주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장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추념식에 참여한 건 4년 만이다.[사진=연합뉴스]

결국 물길이 트였다. 7개월 전 제1야당 대표의 불참 선언으로 문턱에서 멈춰 섰던 여야정 정상회담이 다시 열리기로 합의됐다. 길고도 소모적인 공백이었다. 그사이 국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고 민생 경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이제라도 마주 앉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 회담이 해묵은 정쟁의 연장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다. 중동 전쟁의 불길이 확산되며 국제 유가는 요동치고 공급망 불안도 심화되고 있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에서 중동발 위기는 곧 민생 위기로 직결된다. 유가 상승은 물가 전반을 자극하고 이는 실질 임금 하락과 내수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번 회담이 다른 정치 공방을 배제하고 중동발 경제 위기 대응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여야 모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지금의 정치적 쟁점은 단 한 번의 회담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관련 논의는 국회에 맡기되, 정상회담에서는 국가적 위기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민생 대책을 제시하느냐다. 국민은 지금 정치권의 태도와 역량을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 회담의 성패는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구체성과 실행력에서 갈릴 것이다.

정치는 결국 결과로 평가받는다. 이번 회담이 보여주기식 악수와 형식적 합의에 그친다면 실망은 곧 분노로 바뀔 것이다. 반대로 정치적 이해를 잠시 내려놓고 협치의 성과를 만들어낸다면 그 진정성은 민심으로 돌아올 것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 역시 누가 국익을 우선했는지에 따라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 누구의 선택이 자신들을 위한 것인지 분명히 알고 있다.

회담장에 들어서는 지도자들에게 당부한다. 국민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내일의 장바구니 물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현실적 해법을 원한다. 중동의 전운이 우리 경제의 불안으로 번지지 않도록 여야정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초당적 결단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협치를 입증하지 못하는 정치는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회담이 대한민국 경제 회복의 골든타임을 살리는 전환점이 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