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동물실험 건너뛰고 바로 1상으로…美 FDA, 파격적인 '임상 고속도로' 깐다"

안서희 기자 2026-04-07 17:13:24
FD&C법·공중보건법 동시 개정 추진…바이오시밀러 전담 부서 신설해 효율 극대화
[사진=FDA]

[경제일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 개발의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임상시험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상호교체성 인증 제도를 전격 폐지하는 등 대대적인 규제 개편에 나선다. 

7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및 외신에 따르면 FDA는 최근 발표한 '2027 회계연도 예산요구서'를 통해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FDA가 요청한 예산 규모는 총 72억2700만 달러(약 9조8000억원)로 전년 대비 1억6000만 달러 증액된 수치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 중 하나는 '신속 IND(Expedited IND)' 경로의 신설이다. 기존에는 임상 1상에 진입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전임상(동물실험) 데이터를 제출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검증된 '새로운 대체시험법'을 통해 규제 기준을 충족할 경우 동물실험 데이터 없이도 임상 진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는 그동안 과도한 전임상 규제로 인해 미국 내 임상을 포기하고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중국이나 호주로 발길을 돌렸던 소규모 바이오벤처들을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에는 더욱 파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FDA는 공중보건법(PHS Act) 개정을 통해 '인터체인저블(상호교체 가능) 바이오시밀러'라는 별도의 카테고리를 폐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를 승인받더라도 약국에서 약사가 의사의 개입 없이 오리지널 약 대신 처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교체 처방 임상'을 거쳐 인터체인저블 인증을 받아야 했다. 

FDA는 앞으로 승인된 모든 바이오시밀러를 오리지널 의약품과 상호 교체 가능하다고 간주할 방침이다. 이는 이미 단일 승인 체제를 운영 중인 유럽연합(EU)의 방식을 따르는 것으로 글로벌 기준에 맞춰 미국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비교 임상시험' 요건도 대폭 완화된다. 신청자가 서면으로 요청할 경우 FDA가 추가적인 과학적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효능 평가를 위한 비교 임상은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FDA의 행보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 세계적인 바이오시밀러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에 대형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체인저블 인증을 위해 추가로 진행하던 임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내 처방 확대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임상 1상 진입 문턱이 낮아짐에 따라 독자적인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 벤처들의 미국 시장 직접 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안은 미국 연방법인 '식품의약품화장품법(FD&C Act)'과 '공중보건법' 개정을 통해 이루어지며 2026년 10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의 규제 지형이 급변함에 따라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패권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