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건설업계의 실적 부담이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재무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외형 축소와 함께 현금흐름 압박 요인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업황 전반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특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개별 건설사의 대응 능력에 따라 신용도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한국신용평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산업은 당분간 매출 감소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평가됐다. 한신평은 “비우호적인 주택 및 분양경기 하에서 당분간 건설산업 전반의 매출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착공 물량 감소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22년 이후 급격히 줄어든 주택 착공 실적이 공정률에 따라 매출로 반영되는 구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건설업 특성상 착공 이후 일정 시차를 두고 실적이 인식되는 만큼 과거 공급 위축이 현재 실적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구조다.
수주 환경도 녹록지 않다. 건설사들이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선별하면서 신규 물량 확보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한신평은 “건설사들의 보수적인 수주 기조와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해외사업 위축 등도 공사물량 확보에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동 지역 긴장이 이어지면서 일부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투자 결정이 보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주택 시장 부진을 해외 수주로 보완하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는 셈이다.
변화는 실적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주요 건설사들의 합산 매출은 전년 대비 감소했고 영업이익률 역시 과거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수익성 개선이 일부 이뤄졌지만 구조적인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택시장 환경도 부담 요인이다. 미분양과 입주 지연이 이어지면서 매출채권 회수 지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신평은 “미분양, 미입주 등으로 인해 부실화된 매출채권 등의 손상 과정에서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가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이 이어진다.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 상승과 자재 수급 차질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져 사업 수익성을 다시 압박할 수 있는 요인이다.
이와 함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 점포 개발사업이 주요 사례로 지목됐다. 해당 사업에는 DL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등 주요 건설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총 19개 점포 개발이 진행 중이다.
현재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일부 점포 폐점이 발생하면서 사업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후순위 PF 차입금 부족분에 대한 지원 부담이 점차 확대되는 상황이다.
한신평은 “향후 홈플러스의 청산 등이 발생할 경우 금융비용 지원을 넘어 후순위 PF차입금 대위변제, 선순위 PF 차입금 인수 등으로 건설사들의 대규모 현금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발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사업장을 포함한 PF 보증 규모는 약 800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건설사 재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신평은 향후 건설사의 신용도를 평가할 때 분양 리스크, 유동성 대응 능력, PF 우발채무 관리 수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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