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권력 이동, 검찰 이후 ③] 기업과 변호사, 새로운 생존 방식

한석진 기자 2026-04-14 14:43:34
검찰 중심 대응에서 수사 초기 대응으로…법무팀과 변호사 시장의 변화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경제일보] 수사권 조정 이후 기업 법무의 대응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 검찰 단계에서 대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건이 시작되는 단계부터 개입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진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과거 대기업 법무팀은 사건이 발생한 뒤 움직였다. 내부 인력은 최소한으로 두고, 외부 로펌에 사건을 맡기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검찰 출신 변호사가 있는지가 선택 기준이 됐다. 법무팀은 사건을 외부로 넘기는 창구 역할에 가까웠다.

 

이 방식은 검찰이 수사의 마지막 단계라는 전제에서 작동했다. 경찰 단계에서 시작된 사건도 결국 검찰로 넘어오면 다시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경찰이 수사를 마무리하는 사건이 늘었다. 검찰까지 가지 않고 끝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사건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 이후 단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 기업이 대응 시점을 앞당기는 이유다.
 

법무팀 운영 방식도 이에 맞춰 바뀌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기업 법무팀을 중심으로 수사 초기 대응을 내부에서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 단계 중심이던 대응에서 벗어나 경찰 단계부터 사건을 관리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력 구성에 대한 고민도 달라졌다. 검찰 출신 중심이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수사 초기 대응 경험이나 규제 대응 경험을 갖춘 인력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개별 기업의 채용 사례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법무팀의 역할은 사건 대응에 그치지 않는다. 내부 통제와 준법 관리 영역까지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형사 리스크가 초기 단계에서 정리되는 사례가 늘면서 사전 대응 기능이 함께 강화되는 모습이다.
 

재판소원제 도입 논의도 변수로 거론된다. 확정판결 이후에도 다시 다툴 수 있는 절차가 생길 경우 분쟁이 길어질 수 있다. 사건이 끝났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변호사 시장도 같은 변화를 겪고 있다. 변호사 수가 늘면서 수임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기존처럼 검찰 단계에서 사건을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조사 단계에서 변호인을 선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사건 초기부터 대응하려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 시장은 절차 이해도가 요구된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어떤 시점에 대응해야 하는지, 수사가 끝난 뒤 어떤 절차를 밟을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대응 시기를 놓치면 이후 단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줄어든다.
 

중수청 출범도 변수다. 중대 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기관이 자리 잡으면 관련 사건을 둘러싼 수요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초기 수사 방식이 자리 잡는 과정에서 시장 기준도 함께 만들어질 수 있다.
 

기업의 선택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기업 법무팀이 검찰 전관에 기대던 방식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용과 효율을 함께 따지는 판단이 늘면서 내부 대응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략이 바뀌고 있다.
 

법무팀의 업무 범위가 넓어진 점도 영향을 미친다. 형사 사건 대응뿐 아니라 준법, 공정거래, 노동, 금융 규제까지 다루는 일이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인맥보다 해당 영역을 다뤄본 경험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이 변호사를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인맥보다 실제 대응 경험을 본다. 사건을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지가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법률 시장은 더 나뉠 가능성이 있다. 수사 기관이 여러 갈래로 나뉘면서 각각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 규제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관련 분야 경험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헌법 소송 분야도 변수로 거론된다. 재판소원제 도입 여부에 따라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검찰 중심으로 움직이던 시장은 방향을 바꾸고 있다. 하나의 기관만을 기준으로 대응하던 방식에서 여러 기관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률 시장은 다시 정리되는 과정에 있다. 기업의 대응 방식과 변호사의 생존 전략도 이 변화에 맞춰 바뀌고 있다. 다가올 10월 이후 변화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