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응급실 뺑뺑이' 넘어 '현장 고립'으로…구급대 체류 시간 1년 새 2.3배 증가

안서희 기자 2026-04-17 17:28:09
현장 출발까지 60분 초과 이송 8만건 육박…이송 건수 줄어도 지체 사례는 급증 부실한 통계 관리 체계도 걸림돌…소방청·지자체마다 집계 방식 달라 실태 파악 난항
119 구급차.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고도 병원으로 출발하지 못한 채 현장에서 60분 이상 머무는 사례가 1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 및 주요 광역지자체(대구·경남·전남) 소방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장 체류 60분 이상 이송 건수는 2023년 3만3933건에서 지난해 7만9455건으로 무려 2.3배 폭증했다.

시간대별로는 60분에서 120분 사이 구간이 3882건에서 9882건으로 2.5배 늘었으며 현장에서 120분을 초과해 대기한 사례도 452건에서 934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환자를 처치하며 병원의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과거보다 훨씬 고단하고 길어졌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전체 구급 이송 건수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연 사례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국 총 이송 건수는 173만2957건으로 2023년(약 199만3047건) 대비 약 13.1% 감소했다. 이는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 자제나 소방당국의 적정 이송 정책 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체적인 업무량은 줄었음에도 30분을 초과해 현장에 체류한 건수는 오히려 2.4배 증가했다. 이로 인해 전체 이송 건수에서 30분 초과 체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1.9%에서 5.2%로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환자 수는 줄었지만 정작 치료가 시급한 응급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는 난이도는 훨씬 높아진 셈이다. 이는 단순한 수치의 변화를 넘어 지역 응급의료 시스템 전반의 수용 역량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지역별 사례를 보면 응급의료 공백의 실태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최근 산부인과 응급 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장시간 이송된 사례가 보도됐던 대구광역시가 대표적이다.

대구의 전체 이송 건수는 2023년 9만102건에서 지난해 7만8134건으로 13.3% 감소했으나 60분 초과 이송은 1078건에서 2728건으로 오히려 2.5배 증가했다. 특히 대구 내에서 병원을 찾지 못해 타 시·도로 환자를 이송한 '관외 이송' 건수는 144건에서 494건으로 3.4배나 급증했다. 환자가 가장 신속하게 처치를 받아야 할 이른바 '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의료기관을 매칭하지 못하는 현상이 지방 대도시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응급의료 체계가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의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 의원은 지자체 및 기관별로 제각각인 통계 집계 방식을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전라남도의 경우 응급실 수용 거부로 인한 '재이송' 사례를 매년 별도로 집계해 관리해 온 반면 소방청 본청과 대구광역시 등은 이를 별도 통계로 파악하지 않고 단순히 '현장 체류 지표'에 포함해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파편화된 데이터 관리 방식은 전국 단위의 정확한 재이송 실태 파악을 어렵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가로막는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다.

서 의원은 "현장 체류 시간이 길어지는 추세는 특정 지역이나 기관의 문제를 넘어 응급의료 수용 체계 전반의 결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관계 부처는 우선적으로 통계 기준을 정비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지역 응급의료 기관에 대한 인력 지원과 시설 확충 등 실질적인 인프라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