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인프라의 패러다임이 교류(AC)에서 직류(DC)로 이동하는 가운데 LS일렉트릭이 'DC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우며 차세대 전력 표준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단순 전시회 참가를 넘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시장에서 '퍼스트무버' 지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그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전력 수요 증가가 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GPU(그래픽처리장치) 서버 밀도가 높아지면서 랙당 전력 소비는 기존 수십 kW 수준에서 최대 1MW(1000kW)까지 치솟고 있다. 이는 기존 전력 인프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지난 2024년 약 415TWh(테라와트시·전력 사용량 단위)에서 오는 2030년 945TWh로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문제는 단순 전력 공급량이 아니라 효율이다. 전력 사용이 늘어날수록 손실과 발열, 냉각 비용이 동시에 증가하기 때문이다.
기존 데이터센터는 교류 기반 전력망을 사용해 서버에 공급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변환(AC→DC→AC→DC)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약 10~15%의 전력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I 데이터센터처럼 고밀도 환경에서는 이 손실이 곧 비용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로 인해 업계에서는 직류 기반 전력 인프라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직류 배전은 변환 단계를 최소화해 전력 손실을 줄이고 설비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전력 효율 개선을 위해 직류(DC) 도입을 검토하거나 일부 적용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데이터센터는 GPU(그래픽처리장치) 서버를 대규모로 운용하는 구조상 막대한 전력을 상시 소비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전력 손실과 발열은 곧 냉각 비용 증가로 직결된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이 단순한 운영비를 넘어 AI 서비스의 원가 구조 자체를 좌우한다는 점이다. 전력 사용 효율이 1~2%만 개선돼도 수천억원 단위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빅테크 기업들은 전력 인프라 설계 단계부터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AI 인프라 경쟁이 심화될수록 연산 속도뿐 아니라 전력 사용 효율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전력 효율은 곧 연산 비용과 직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전력기기 업체들의 역할도 단순 장비 공급에서 전력 아키텍처 설계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변압기·배전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센터 전체의 전력 흐름을 최적화하는 통합 솔루션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LS일렉트릭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북미 인증 확보 △직류 기술 선점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해왔다. 우선 북미 시장 진입의 핵심 장벽인 UL(미국 안전인증)을 300건 이상 확보하며 진입 기반을 구축했다. 이는 단순한 인증 확보를 넘어 글로벌 고객사 납품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시에 직류 배전 기술 확보에도 선제적으로 투자했다. 천안 사업장에 'DC 팩토리'를 구축해 1MW급 전력 공급이 가능한 직류 배전 라인을 실증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수준의 고전력 환경을 실제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기술 검증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최근 북미 빅테크 기업과의 전력 설비 공급 계약 확대 역시 이러한 전략의 성과로 해석된다. 올해 들어 데이터센터 수주만 5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단순한 실적 확대를 넘어 시장 진입 초기 단계를 넘어섰다는 신호다.
이번 '데이터센터월드 2026'에서 LS일렉트릭이 강조한 것도 개별 제품이 아닌 토털 솔루션이다. 직류 배전 시스템을 중심으로 PDU, RPP, 인버터 등 전력·자동화 장비를 패키지로 묶어 제공하는 전략이다. 이는 데이터센터 고객 요구가 단일 장비가 아닌 통합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전력·냉각·자동화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개별 제품 경쟁력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LS일렉트릭이 인버터 등 공조 시스템까지 함께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력 효율은 단순 배전이 아니라 냉각 시스템과 함께 최적화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직류 전환이 단기간 내 표준으로 자리잡을지는 미지수다. 기존 AC 기반 인프라가 이미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어 전면 전환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DC 시스템은 안정성, 보호장치, 표준화 측면에서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AC와 DC가 혼용되는 과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데이터센터 전력 시장이 단순 장비 산업을 넘어 'AI 인프라 산업'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전력 효율, 자동화, 운영 최적화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LS일렉트릭의 DC 전략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포지셔닝을 선점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인증과 레퍼런스를 동시에 확보할 경우 글로벌 전력 인프라 공급사로의 도약도 가능하다.
LS일렉트릭의 이번 행보는 단순 전시회 참가가 아니라 '전력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신호에 가깝다. AI 시대 데이터센터의 핵심 경쟁력이 전력 사용 효율로 이동하는 가운데 직류(DC)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은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북미 데이터센터 시장은 차세대 전력 인프라가 가장 빠르게 적용되는 핵심 격전지"라며 "이번 전시 참가를 계기로 직류 솔루션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전력 시스템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 직류 퍼스트무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빅테크 고객 유치를 가속화해 글로벌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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