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앞으로 재생에너지 설비로 인정받는 히트펌프는 일정 수준 이상의 효율을 갖춘 제품으로 제한된다. 정부가 전력 소비 대비 성능이 낮은 설비 확산을 막고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28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공기열에너지 재생에너지 인정기준 및 보급사업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공개하고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으로 공기열에너지가 재생에너지 범주에 포함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히트펌프는 공기 중 열을 끌어와 난방이나 온수에 활용하는 설비다. 전기를 이용해 열을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같은 에너지를 투입해도 가스보일러보다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어 냉난방 부문의 탄소 배출 저감 수단으로 거론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설비 인정 조건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공기를 열원으로 물을 가열하거나 냉각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여기에 계절난방성능계수(SCOP)가 일정 기준 이상이어야 한다.
SCOP는 사용한 전력 대비 얼마나 많은 열을 생산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예를 들어 SCOP가 3이면 전기 1을 사용해 열 3을 만든다는 의미다. 수치가 높을수록 효율이 좋다.
정부는 출수 온도 55도를 기준으로 기본값 3.3에 지역별 계수를 곱해 인정 기준을 정했다. 제주와 남부 지역은 각각 0.9와 0.95가 적용되고 서울 등 중부권은 1.0 경기 북부와 강원 일부 지역은 1.1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지역별 최소 기준은 2.97에서 3.63 수준이 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 기준이 해외보다 높은 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유럽의 재생에너지 인정 기준이 SCOP 2.875 수준인 점과 비교하면 국내 기준이 상대적으로 엄격하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국내 기후 여건과 에너지 절감 효과를 고려한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관심은 보급 확대 이후 전력 수요 영향에도 쏠린다. 히트펌프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지만 전기를 사용하는 설비다. 보급 대수가 빠르게 늘면 겨울철 난방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 전력망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학계에서는 건물용 히트펌프 1대 소비전력을 약 15킬로와트로 가정할 경우 정부 목표대로 2035년까지 350만대가 보급되면 추가 전력 수요가 상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역난방공사와 관련 학계에서도 겨울철 기온이 낮은 국내 환경에서는 성능 저하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기준 충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국내 제조업체들도 충분히 기준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출수 온도 55도 기준 SCOP 3.78 수준의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선보였다.
환경 기준도 강화됐다. 인정 설비는 오존파괴지수(ODP) 0의 냉매를 사용해야 하며 지구온난화지수(GWP)는 750 이하여야 한다. GWP는 이산화탄소 대비 온실효과 영향을 뜻하는 지표로 숫자가 낮을수록 친환경적이다.
히트펌프는 탄소 배출 감축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보급 확대 과정에서는 전력 수요 관리와 인프라 대응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 이번 인정 기준 강화가 시장 재편과 기술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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