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삼성전자가 중국 가전·TV 판매 사업 철수를 검토하는 가운데 현지 생산기지는 유지하는 '판매·제조 분리' 전략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판매 기능은 축소하고 생산 거점은 유지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풀이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내 가전·TV 판매 사업 중단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지 생산기지는 유지하는 방향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단순 철수가 아닌 사업 구조 재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움직임은 중국 시장에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데 따른 대응으로 해석된다. TCL과 하이센스 등 현지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유통망을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외산 브랜드 입지는 크게 위축됐다. 실제로 중국 조사기관 런투(RUNTO)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TV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 판매는 100만대에도 못 미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판도 변화가 감지된다. 영국 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중국 업체가 31.9%를 기록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합친 한국 기업(30.4%)을 앞질렀다. 지난 2016년 한국이 35%, 중국이 16%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 주도권이 빠르게 이동한 셈이다.
반면 생산 측면에서 중국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디스플레이 패널, 모터, 압축기 등 가전 핵심 부품 공급망이 집적돼 있고 협력업체 생태계가 촘촘하게 구축돼 있어 생산 효율성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항만·물류 인프라도 고도화돼 있어 완제품을 동남아시아와 중동, 유럽 등 주요 수출 시장으로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현지 공장을 단순 내수 대응 기지가 아니라 인근 아시아 및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수출 허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생산 설비를 유지할 경우 기존 투자 자산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시장별 수요에 맞춰 공급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비용 효율성과 운영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중국을 판매 시장이 아닌 생산 거점으로 재정의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수익성이 낮은 내수 시장은 정리하고 제조 기능은 유지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선택과 집중 기조가 반영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이 확정될 경우 글로벌 가전업체 전반으로 판매·제조 분리 전략이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생산 인프라는 유지하려는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이번 움직임을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낮은 점유율과 수익성 한계를 반영한 전략적 조정으로 해석한다.
심우중 산업연구원 가전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중국 내 가전 시장 점유율은 1% 미만 수준으로 이미 입지가 제한적인 상황이었다"며 "현지 업체들이 내수 시장을 장악한 구조에서는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판매 축소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기지를 유지하는 것은 설비 이전이 쉽지 않은 데다 중국의 부품 공급망과 비용 경쟁력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가전업체 전반적으로도 중국 내수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아 향후 시장보다는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향의 전략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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