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서울시금고 수성 나선 신한은행, 아킬레스건은 '6600억 비용 청구서'

송정훈 기자 2026-05-06 10:30:59
협력사업비·전산망 투자 누적 부담...수익성 제한 서울시 금고 탈락 땐 기관영업 기반까지 흔들릴 우려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사진=신한은행]
[경제일보] 연간 50조원 이상을 운용하는 서울시금고 선정 절차가 막판 국면에 접어들면서 금융권의 시선이 신한은행에 쏠리고 있다. 서울시는 4~6일 시금고 입찰을 진행한 뒤 오는 12일 최종 선정 결과를 확정할 예정이다. 현 금고 운영기관인 신한은행은 3연속 수성에 나서고 과거 ‘100년 서울시금고’ 명성을 지닌 우리은행은 탈환을 벼르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신한은행은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신한은행은 2018년 서울시 1금고를 처음 차지한 데 이어 2022년에는 1·2금고를 모두 가져왔다. 8년간 서울시 예산과 기금을 운용하며 전산 시스템, 자금 관리 경험, 행정 업무 연계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번에도 선정될 경우 ‘3연속 서울시금고’라는 상징성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이 이번 경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직 금고 은행이라는 프리미엄이 있는 동시에 그 지위를 지키기 위해 이미 투입한 비용과 앞으로 더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신한은행의 아킬레스건은 결국 누적 비용과 수익성이다.

신한은행은 2018년 서울시금고 첫 입찰 당시 출연금 3015억원과 전산망 구축 비용 1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입찰에서는 1금고 협력사업비 2511억원, 2금고 협력사업비 153억원을 제시했다. 8년여간 서울시금고 확보와 운영을 위해 투입한 금액만 6600억원을 웃도는 셈이다.

이번 입찰에서 신한은행이 수성 의지를 강하게 드러낼 경우 추가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우리은행이 과거 서울시금고 운영 경험을 앞세워 강한 탈환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신한은행도 협력사업비와 금리 조건 등에서 방어적이면서도 공격적인 카드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너무 보수적인 조건을 내면 경쟁 은행의 공세에 밀릴 수 있고 너무 공격적으로 베팅하면 수익성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금고는 향후 4년간 200조원 이상의 서울시 예산과 기금을 운용하는 대형 사업이다. 수도 서울의 대표 금고라는 공신력과 브랜드 효과도 크다. 하지만 실질 수익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서울시 예금에는 일반 시중 금리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가 요구되고, 협력사업비와 각종 공익 협력사업 비용도 뒤따른다. 금융권에서 “시금고는 명예는 크지만 수익은 제한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 큰 부담은 수성 실패 이후다. 신한은행은 서울시금고 운영을 전제로 전산망과 업무 프로세스, 기관 영업 체계를 구축해 왔다. 이번 입찰에서 밀릴 경우 이미 투입한 협력사업비와 전산 투자비 일부가 매몰비용으로 남을 수 있다. 단순히 서울시금고 한 건을 잃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서울시금고를 중심으로 확장해 온 기관영업 전략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자치구 금고 영업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 서울시금고 운영 경험은 서울 시내 자치구 금고 입찰에서 강력한 기준으로 작용해 왔다. 서울시 본청 금고라는 상징성이 약해지면 향후 자치구 금고 경쟁에서도 신한은행의 우위가 줄어들 수 있다. 서울시금고를 통해 기대했던 요구불예금 유입 효과가 약화되는 점도 부담이다.

반면 우리은행은 이번 경쟁을 명예 회복의 기회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과거 약 100년간 서울시금고를 맡았던 경험을 앞세워 탈환 의지를 높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이번에는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신규 수주 이상의 상징성이 있는 싸움이다. 신한은행이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쪽이라면 우리은행은 되찾아야 할 명분이 큰 쪽이다.

KB국민은행의 2금고 도전 가능성도 변수다. 국민은행은 광진·노원·동대문·도봉구 등 서울 시내 일부 자치구 금고를 운영하고 있지만 서울시 금고 경험은 없다. 다만 자금력과 영업 기반을 갖춘 만큼 2금고 경쟁에 뛰어들 경우 판세를 흔들 수 있다. 신한은행으로서는 우리은행의 정면 공세에 더해 국민은행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

결국 이번 서울시금고 경쟁에서 신한은행의 약점은 역설적으로 현직 은행이라는 지위에서 나온다. 그동안 투입한 비용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하고 반드시 지켜야 하기 때문에 또다시 비용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수익성은 제한적이고 탈락할 경우 매몰비용과 기관영업 기반 약화라는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울시금고는 단순한 예금 유치 사업이 아니라 은행의 기관영업 역량과 브랜드 신뢰도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업”이라면서도 “신한은행은 이미 투입한 비용이 큰 만큼 이번 입찰에서 가격 경쟁에 어디까지 나설지가 가장 큰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