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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전 노조 총파업... 긴급조정권으로라도 막아야

2026-05-14 09:16:01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선언이 현실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안마저 거부되면서 결국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앞에 다다랐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기업 내부의 임금 분쟁 차원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축인 반도체 산업이 흔들릴 경우 그 충격은 국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더 이상 ‘노사 자율’이라는 원칙만을 앞세워 상황을 방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금 세계는 인공지능(AI) 시대의 패권을 둘러싼 치열한 반도체 전쟁에 돌입해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대만까지 국가 차원의 지원을 쏟아부으며 생존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삼성전자 생산라인의 차질은 단순한 매출 감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핵심이자 국가 경제의 버팀목이다.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은 공급망 불안과 고객사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경쟁력 약화라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과 ‘상한 폐지’는 현재 경제 현실을 외면한 과도한 요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기업의 성과는 시장 상황과 미래 투자, 연구개발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분되어야 한다.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단기 성과를 근거로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해칠 위험이 크다. 특히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 유지와 대규모 투자 부담까지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노조 역시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부 역시 더 이상 소극적 태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국민 경제에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노조 스스로도 파업 시 막대한 경제적 피해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만큼, 현재 상황은 긴급조정권 검토가 불가피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노사 간 대화를 끝까지 중재하는 것이다. 노사정 협의를 통해 상호 양보와 타협의 해법을 찾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수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국가 기간산업이 멈춰 설 위기 앞에서 정부가 원칙론만 반복하며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만약 총파업이 현실화되고 반도체 생산 차질이 장기화된다면 한국 경제가 감당해야 할 충격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 번 잃은 고객과 시장 신뢰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정부가 법이 부여한 권한을 적시에 행사하지 못해 국가 핵심 산업이 흔들린다면 그것은 단순한 정책 실패를 넘어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치권도 무책임한 포퓰리즘적 접근을 자제해야 한다. 기업의 이익을 마치 사회적 전리품처럼 나누자는 식의 접근은 시장경제 질서를 흔들 뿐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배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글로벌 기술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 산업의 생존 전략을 마련하는 일이다.
 
노조 역시 국민 경제에 미칠 영향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국민 다수는 경기 침체와 고물가, 고금리 속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경제의 핵심 기업을 멈춰 세우는 총파업은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얻기 어렵다. 노동권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권리 역시 사회적 책임과 균형 속에서 행사될 때 정당성을 얻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극한 대립이 아니라 절제와 타협이다. 노조는 파국적 선택을 거두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 하며, 정부는 국가 경제를 지키기 위한 책임 있는 결단을 준비해야 한다. 삼성전자 파업은 단순한 노사 갈등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시험대다. 정부와 노조 모두 역사적 책임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