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공급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서울 재개발·재건축 시장도 다시 속도전에 들어갈 전망이다. 신속통합기획을 확대·개편한 ‘신속통합기획 2.0’과 핵심전략정비구역 제도가 본격 추진될 경우 주요 사업장의 사업 일정과 공급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4일 정치권과 정업계에 따르면 오 당선인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오는 2031년까지 총 31만호 공급을 목표로 하는 주택 정책을 제시했다. 공급 확대를 위해 민간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고 사업 기간을 줄이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서울의 주택 공급 부족 원인으로 정비사업 지연을 지목해왔다. 이에 따라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사업성을 개선하는 방향에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가장 눈에 띄는 공약은 ‘핵심전략정비구역’이다. 이주와 착공 단계에 진입했거나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른 정비사업장 가운데 85개 구역, 8만5000호를 핵심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오 당선인은 이를 통해 향후 3년 내 8만5000호를 선행 착공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신속통합기획 2.0’이다. 오세훈 시정의 대표 정책으로 꼽히는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시가 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계획 수립에 참여해 인허가와 심의를 통합 지원하는 제도다.
새롭게 추진되는 신속통합기획 2.0은 사업시행 단계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반복되는 인허가 절차를 줄여 실제 착공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취지다.
대표적으로 추진위원회 구성을 생략하고 바로 조합 설립으로 넘어가는 ‘쾌속통합’ 제도가 도입된다. 또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병행 처리해 사업 기간을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정비업계에서는 기존 신속통합기획이 정비구역 지정과 정비계획 수립 단계의 기간을 단축했다면 신속통합기획 2.0은 이주·착공 단계까지 기간 단축 효과를 노린 정책으로 보고 있다.
강북과 서남권 정비사업 활성화도 주요 정책 가운데 하나다. 오 당선인은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낮은 지역에 사업성 보정계수를 도입해 허용용적률 추가 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공약에 담았다. 이를 통해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고 사업 수익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통일로와 동일로, 도봉로 등 주요 간선도로변을 중심으로 용도지역 상향을 추진하는 ‘성장잠재권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환승역 반경 500m 이내 지역에는 최대 1300% 용적률을 허용하는 도심복합개발 특례를 적용하고 강북·서남권 역세권 사업의 공공기여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밖에 2031년까지 약 13만호 규모의 공공주택 공급과 부담 가능한 민간임대 확대, 청년 주거 지원 정책 등을 병행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시 주택공급을 둘러싼 중앙정부와의 정책 조율은 오 당선인에게 남겨진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오 당선인은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와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를 강조해 왔다. 반면 현 정부는 공공 주도 공급 확대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공급 확대라는 목표는 같지만 공급 방식을 둘러싼 시각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 서울시와 정부는 주요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이견을 드러낸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용산국제업무지구다. 정부는 용산 일대에 1만가구 공급 계획을 제시했지만 오 당선인 재임 시절 서울시는 기반시설 수용 능력과 사업 현실성을 고려할 때 8000가구가 최대치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공급 물량 확대를 위해 사업계획을 변경할 경우 오히려 인허가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오세훈 당선인의 공급 확대 정책 성과가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다. 사업 속도뿐 아니라 정책 일관성을 확보하는 과정도 중요한 변수라는 분석이다.
특히 기존 신속통합기획이 정비사업 초기 단계의 속도를 높였다면 앞으로는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 이주·착공 단계까지 걸리는 시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느냐가 정책 효과를 가늠할 기준이 될 전망이다. 오세훈 시정 5기가 내건 공급 확대 목표 역시 실제 사업장 착공과 공급 물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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