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25년 버틴 '크레이지 아케이드'도 떠난다…장수 IP 줄줄이 종료

선재관 기자 2026-06-11 17:57:35
8월 13일 서비스 종료…유료 상품 판매·이벤트 중단 카트라이더·버블파이터 이어 레거시 IP 재편 속도
크레이지 아케이드[사진=넥슨]

[경제일보] 넥슨의 대표 장수 온라인 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25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다. 2000년대 PC방 문화를 상징했던 게임이자 ‘다오’와 ‘배찌’ 캐릭터로 넥슨 캐주얼 게임 전성기를 이끌었던 IP라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넥슨은 11일 크레이지 아케이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8월 13일 오전 9시를 끝으로 게임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날 점검 이후 게임 내 유료 상품 판매와 주요 이벤트 운영도 중단됐다. 공식 홈페이지 접근과 게시물 열람도 서비스 종료 이후 불가능해질 예정이다.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2001년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캐주얼 대전 게임이다. 이용자가 물풍선을 활용해 상대 캐릭터를 가두는 단순한 규칙과 빠른 플레이, 친근한 캐릭터를 앞세워 초등학생부터 성인 이용자까지 폭넓은 인기를 얻었다. PC방과 가정용 PC가 함께 성장하던 시기 ‘국민 캐주얼 게임’으로 불리며 넥슨의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린 대표작이었다.
 
크레이지 아케이드 서비스 종료 공지 [사진=넥슨 갈무리]

서비스 종료 전까지 마지막 이벤트도 진행된다. 넥슨은 ‘굿바이 크아! 감사 이벤트’를 통해 경험치와 루찌 획득량을 10배로 높이고 각종 캐릭터와 아이템을 무료로 제공한다. 유료 상품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환불 절차도 마련했다. 올해 3월 11일부터 6월 11일까지 유료 넥슨 캐시로 구매한 상품은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환불 대상에 포함된다.

이용자 반응은 아쉬움에 가깝다. 공식 게시판과 커뮤니티에는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도 좋으니 서버만 유지해 달라”,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단순 게임을 넘어 2000년대 학창 시절과 PC방 문화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넥슨의 장수 IP 재편 흐름 속에서 보고 있다. 원작 ‘카트라이더’가 2023년 서비스를 종료한 데 이어 후속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도 지난해 서비스를 마쳤다. 크레이지 아케이드 IP 기반 슈팅 게임 ‘버블파이터’ 역시 오는 24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넥슨의 캐주얼 레거시 IP가 잇따라 정리되는 흐름이다.

이는 넥슨의 선택과 집중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넥슨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대형 신작과 핵심 라이브 게임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 올해 넥슨 일본법인 이그제큐티브 체어맨에 오른 패트릭 쇠더룬드 체제에서는 글로벌 개발 전략과 수익성 기준이 더욱 강조되는 분위기다.

물론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상징성은 작지 않다. 다오, 배찌, 우니, 마리드 등 캐릭터는 게임 밖에서도 넥슨을 대표하는 얼굴로 소비됐다. 카트라이더와 버블파이터 등 파생 IP의 기반도 크레이지 아케이드 세계관이었다. 서비스 종료가 단일 게임의 퇴장보다 넥슨 캐주얼 IP 한 시대의 마감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넥슨 입장에서는 감성보다 사업 지속 가능성을 따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장수 게임은 충성 이용자와 브랜드 자산을 갖고 있지만 운영 인력과 서버 유지, 보안 대응, 업데이트 비용도 함께 요구된다. 신규 이용자 유입이 줄고 매출 기여도가 낮아지면 상징성만으로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편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종료는 한국 온라인 게임 산업의 세대교체를 상징한다. PC방에서 친구와 나란히 앉아 물풍선을 놓고 다오와 배찌를 고르던 시간은 모바일과 콘솔, 글로벌 라이브 서비스, AI 기반 개발 경쟁의 시대로 넘어갔다. 그러나 한 시대를 만든 게임의 퇴장은 매출과 이용자 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첫 온라인 게임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방과 후 친구들과 나눈 가장 선명한 기억이었다. 서버는 꺼지지만 25년 동안 쌓인 추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마지막 물풍선은 그렇게 한국 온라인 게임사의 한 페이지를 조용히 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