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넥슨이 서비스 종료 또는 장기 운영 단계에 들어간 게임 지식재산권(IP)을 외부 개발자에게 개방하는 실험을 본격화한다. 과거 게임을 직접 다시 개발하는 대신 원작의 팬덤과 개발 자산을 외부 창작자의 아이디어와 결합해 새로운 게임과 콘텐츠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2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의 오픈 라이선스 프로젝트 ‘넥슨 리플레이(NEXON Replay)’에서 개발 중인 ‘일랜시아’ 리마스터 프로젝트가 오는 9월 첫 비공개 테스트(CBT)를 진행할 예정이다.
가칭 ‘프로젝트 ER’로 개발 중인 이 게임은 지난달 티저 영상을 통해 실제 플레이 화면을 공개했다. 9월 글로벌 PC 플랫폼 스팀에서 기술 검증을 위한 첫 테스트를 진행하고 10∼11월 추가 테스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넥슨이 지난해 리플레이 프로젝트를 공개한 이후 외부 개발 결과물이 구체적인 일정으로 이어지는 첫 사례다.
다른 IP의 재해석도 진행 중이다. ‘아르테일’을 만든 러쉬에잇은 ‘에버플래닛’의 감성을 계승한 MMORPG를 개발하고 있다. 2인 개발팀 초가소프트는 전략게임 ‘택티컬커맨더스’를 리마스터한다. 게임듀오는 ‘일랜시아’를 모바일 RPG로, 코드드래곤은 ‘어둠의전설’을 모바일 RPG로 각각 재해석하고 있다. ‘아스가르드’ 활용 프로젝트는 정식 계약 전 협의 단계다.
◆ 신작 개발 위험 낮추고 휴면 IP는 다시 수익화
넥슨이 오래된 IP를 외부에 개방한 이유는 신작 개발비가 커지는 상황에서 잠들어 있는 자산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게임은 최신작만큼 이용자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원작을 기억하는 팬덤과 검증된 세계관을 갖추고 있다. 소규모 개발사는 인지도 확보 비용을 줄이고 넥슨은 직접 개발에 따른 위험을 낮추면서 로열티 수익과 IP 확장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넥슨은 그래픽과 음원, 정리된 소스코드 등 핵심 자산을 제공하고 프로젝트 매출의 일정 비율을 배분한다. 같은 IP를 여러 개발팀이 활용할 수 있는 비독점 방식도 적용했다. 하나의 대형 프로젝트에 성패를 맡기기보다 리마스터와 모바일게임, 장르 변형 등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시험하려는 구조다.
지난달 열린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 2026)에서는 리플레이에 네 자릿수 이상의 지원서가 접수됐고 두 자릿수 이상의 파트너와 계약 또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넥슨은 AI를 활용해 오래된 소스코드의 개인정보와 보안 요소, 라이선스 위험을 걸러내고 외부 제공이 가능한 형태로 다시 구성하고 있다. 소수 운영 인력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관리할 수 있는 배경이다.
◆ 첫 작품 완성도가 생태계 확장 좌우
관건은 원작 팬의 기대와 외부 개발자의 해석 사이에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비독점 구조는 다양한 시도를 끌어낼 수 있지만 완성도가 낮은 작품이 잇따르면 원작 브랜드까지 훼손될 수 있다. 개발팀별 운영 역량과 장기 서비스 능력, 수익 배분의 지속 가능성도 검증해야 한다.
오는 9월 프로젝트 ER 테스트는 리플레이의 사업성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용자 반응이 긍정적이면 넥슨은 대상 IP를 확대하고 게임을 넘어 영상과 굿즈 등으로 사업을 넓힐 수 있다. 반대로 추억에만 의존하고 새로운 이용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일회성 복각 사업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21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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