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비만약이 판 뒤집는다"…글로벌 처방약 시장, 2032년 2조 달러 시대

안서희 기자 2026-06-26 09:41:42
GLP-1 '마운자로·제프바운드' 700억 달러…역대 최대 블록버스터 전망 특허 만료 리스크 5000억 달러…머크·애브비 '비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제일보] 글로벌 처방약 시장이 2032년 2조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비만치료제(GLP-1)와 면역질환 치료제가 성장을 견인하는 가운데 특허 만료와 인수합병(M&A)이 산업 지형을 재편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시장 분석기관 이밸류에이트는 최근 ‘2026년 세계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5년부터 2032년까지 처방의약품 시장이 연평균 7% 이상 성장해 2조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의 중심에는 비만치료제 GLP-1 계열이 있다.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와 ‘제프바운드’는 2032년 합산 매출이 7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코로나19 백신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블록버스터’로 부상할 전망이다. 여기에 경구용 후보물질까지 더해지면 상위 10개 의약품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제약 시장의 무게추가 감염병에서 만성질환, 특히 비만과 대사질환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면역질환 치료제 역시 또 다른 축이다. 자가면역질환을 겨냥한 바이오의약품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면역조절제 시장은 연평균 10% 성장률로 대사질환 영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브비의 ‘스카이리지’는 2032년 330억 달러 이상의 매출로 단일 품목 기준 2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항암제 분야에서는 항체-약물 접합체(ADC)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다이이치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엔허투’는 적응증 확대를 바탕으로 2032년 매출 상위 10위권에 진입할 전망이다. 기존 표적항암제 중심 시장에서 차세대 플랫폼 기술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 경쟁 구도도 빠르게 재편된다. 2032년 매출 기준 1위는 일라이 릴리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애브비 대비 약 60% 높은 137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존슨앤존슨, 로슈, 노바티스 등 전통 강자들은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겠지만 비만치료제와 면역질환 분야에서 성과를 낸 기업이 판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성장 이면에는 리스크도 뚜렷하다.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공백이다. 2026년 6.5% 수준이던 특허 만료 영향 매출 비중은 2032년 8% 이상으로 확대되고 이 기간 최대 5000억 달러 규모 매출이 제네릭 경쟁에 노출될 전망이다. 특히 머크의 ‘키트루다’는 2028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위기 대응 수단으로 M&A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주요 제약사들은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인수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2026년 글로벌 제약 M&A 규모는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바이오 스타트업 투자 확대와 기술 혁신을 동시에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 기업은 글로벌 거래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단순 생산기지를 넘어 투자·기술·임상 전반에서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제약 생태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향후 제약 시장은 ‘초대형 블록버스터’ 중심으로 재편되는 동시에 특허 만료와 기술 혁신이 맞물리며 역동적인 변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비만·면역·항암이라는 3대 축을 둘러싼 경쟁이 향후 10년 시장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