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 재개가 ‘매도 폭탄’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와 달리 이달 연기금 수급은 순매수로 돌아섰다. 상반기 매달 순매도를 이어가던 흐름과 정반대다. 코스피 조정으로 국내 주식 평가액이 줄어든 가운데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포함된 ‘연기금 등’은 이달 1일부터 지난 2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684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으로 순매수 흐름을 보인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연기금 등은 상반기 내내 매도 우위를 보여 왔다. 지난 1월 1조8911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2월 6816억원, 3월 7648억원, 4월 8961억원, 5월 2조1617억원, 6월 2조3370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상반기 매달 매도세가 이어졌던 것과 달리 이달 들어서는 수급 방향이 바뀐 것이다.
거래일 기준으로도 변화가 나타났다. 상반기에는 순매도 거래일이 매달 과반을 차지했지만 이달에는 지난 24일까지 순매도 거래일이 6일에 그쳤다. 남은 거래일에 다시 순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 흐름상 상반기와 같은 대규모 매도세가 재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연기금 등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하이닉스였다. 규모는 4258억원으로 두 달 연속 순매수 1위에 올랐다.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와 고대역폭메모리 기대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정 국면에서 비중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도 2247억원 순매수되며 2위를 차지했다. 이어 S-OIL 1744억원, DB손해보험 1094억원, 셀트리온 953억원, 대한항공 899억원 순으로 순매수 규모가 컸다. 반도체와 에너지, 보험, 바이오, 항공 등 업종 전반에 걸쳐 매수세가 분산됐다.
가장 많이 판 종목은 SK스퀘어였다. 연기금 등은 이달 SK스퀘어를 5757억원 순매도했다. 삼성전기 3136억원, LG이노텍 1119억원, 삼성생명 1238억원, 삼성전자 1115억원도 순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그룹 계열사 일부가 매도 상위권에 포함된 점도 눈에 띈다.
당초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 유예가 지난달 말 종료되면서 이달부터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최대 74조원 규모의 국내 주식 매도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실제 수급은 이 같은 우려와 달리 순매수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국내 증시 조정이 국민연금 수급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코스피가 하락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평가액이 줄었고ㅡ이에 따라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한 매도 부담도 완화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국민연금도 매도 우려에 선을 그은 바 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앞서 연기금 매도 폭탄 우려에 대해 단기간 대규모 매도가 이뤄질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리밸런싱이 발생하더라도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운용 과정을 면밀히 보겠다고 밝혔다.
이달 연기금 수급은 국민연금 리밸런싱을 둘러싼 시장 우려가 실제 매매와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국내 주식 비중 조정 필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닌 만큼 향후 코스피 흐름과 외국인 수급,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전략이 하반기 증시 수급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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