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열흘 연속 사이드카…대내외 변수에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

전지수 인턴 2026-07-27 21:01:54
대외 악재와 레버리지 쏠림에 따른 극단적 증시 변동성으로 투자자 이탈이 거세지자 당국이 규제 조기 시행에 나섰으나 정치권 비판 속 시장 안정화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 [제작=Gemini]

[경제일보]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미국 국채금리 등 대외 변수가 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된 수급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도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국내 증시 투자자예탁금은 줄어든 반면 미국 주식 순매수는 늘면서 투자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24일까지 제헌절 연휴와 주말을 제외한 10거래일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매 거래일 프로그램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 기간 매수 사이드카와 매도 사이드카가 각각 5차례씩 발동했다. 상승과 하락 방향을 가리지 않고 시장 안전장치가 잇따라 작동하면서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평소보다 크게 높아진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진 배경으로는 우선 대외 불확실성이 꼽힌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에 따라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움직이면서 물가와 금리 전망도 함께 흔들렸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뒤 양측의 공습 중단 소식에 다시 80달러대로 내려오는 등 단기간에 방향을 바꿨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역시 반도체 수요 증가 기대와 투자비 부담 우려가 엇갈리면서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의 대(對)한국 통상 조치도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에 집중된 수급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두 종목의 하루 등락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움직일수록 수익과 손실 폭도 커진다. 운용 과정에서 파생상품 매매와 리밸런싱이 이뤄지는 만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기초자산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최근 증시 급등락에는 국제유가와 미국 금리, 글로벌 반도체주 흐름 등 여러 변수가 함께 작용하고 있어 레버리지 상품만으로 변동성 확대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국내 증시의 투자자예탁금이 줄어드는 가운데 미국 주식 순매수는 늘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04조2975억원으로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이달 1일부터 23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25억3026만달러에 달했다. 최근 나스닥에 상장된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에도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졌다. 다만 국내 증시 예탁금 감소와 해외주식 순매수 증가를 직접적인 자금 이동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추이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 재무부는 최근 환율보고서에서 국민연금과 국내 금융기관·개인의 해외 주식투자 확대가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인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이번 보고서에서도 환율 관찰대상국에 포함됐다. 해외주식 투자 확대가 환율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 주식시장 간 투자 이동은 금융시장 전반에서 주목받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자 보호 조치를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로 예정했던 기본예탁금 강화 조치를 오는 31일부터 적용한다. 해당 상품을 신규 거래하려면 대용증권을 제외한 현금 3000만원 이상을 계좌에 보유해야 하고 주식 매도대금도 실제 결제가 끝난 이후부터 기본예탁금으로 인정된다. 투자자의 손실 위험을 줄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거래에 대한 진입 기준을 높이는 조치다.
 

정치권에서도 최근 증시 변동성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5일 정부의 경제·증시 정책을 비판하며 산업구조와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향후 국내 증시 흐름은 레버리지 상품 규제뿐 아니라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미국 금리, 반도체 업황 등 대내외 변수의 움직임에 함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