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수주전 피하는 건설사들…80조 정비시장서 맞대결 실종

우용하 기자 2026-08-12 09:42:35
성수3지구·목동10단지 단독 응찰로 유찰 상반기 서울 주요 입찰 중 경쟁 성사 3곳 그쳐 수의계약 속도 장점 있지만 조합 협상력 약화 우려도
목동아파트 9·10단지 전경[사진=양천구·연합뉴스]

[경제일보] 올해 80조원 안팎의 역대급 규모가 예상됐던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정작 건설사 간 맞대결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한 건설사가 단독으로 입찰한 뒤 두 차례 유찰을 거쳐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확보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공사비와 금융 부담에 더해 승산과 수익성을 따져 사업지를 고르는 선별 수주에 나선 결과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3지구 재개발은 지난 10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에서도 삼성물산만 참여해 두 번째 유찰됐다. 이번 재입찰마저 경쟁이 무산되면서 조합은 삼성물산과 수의계약으로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사업비는 약 1조8275억원으로 조합은 이르면 다음 달 총회에서 시공사를 확정할 계획이다.
 
같은 날 마감한 목동10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은 현대건설만 참여해 유찰됐다. 예정 공사비가 2조6135억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지만 현장설명회에 참석했던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 등은 본입찰에 들어오지 않았다. 재입찰에서도 현대건설 단독 응찰이 이어지면 수의계약 전환이 가능하다.
 
단독 입찰 구도는 여의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목화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지난달 첫 입찰과 재입찰 현장설명회 모두 삼성물산만 모습을 드러냈다. 광장아파트38-1 재건축은 두 차례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만 참석해 조합이 수의계약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가 일찌감치 특정 사업지에 공을 들이면 다른 업체들이 출혈 경쟁을 피해 입찰을 접는 사례가 반복되는 것이다.
 
최근 시공사 선정에 잇따라 나선 목동신시가지 역시 비슷한 흐름이 전망된다. 첫 주자인 6단지는 DL이앤씨가 단독 응찰 끝에 시공사로 선정됐고, 12단지는 현장설명회에 4개 건설사가 참석했지만 업계에서는 오랫동안 공을 들인 GS건설의 단독 입찰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8단지와 13단지에서는 각각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이 일찌감치 수주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두 사업지 역시 단독 응찰로 굳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성수와 여의도, 목동 등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단독 입찰이 잇따르면서 시장 외형과 실제 수주 경쟁의 온도 차는 더 커지고 있다. 올해 전국 도시정비사업 시장은 77조~8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상반기 서울에서 10대 건설사가 참여한 주요 정비사업 25건 가운데 경쟁입찰이 성사된 곳은 압구정5구역과 성수4지구, 신반포19·25차 등 3곳에 그쳤다. 나머지 22곳은 단독 입찰 이후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가 정해진 것이다.
 
경쟁이 줄어든 배경에는 공사비 상승과 사업 리스크가 있다. 주요 핵심 사업지에서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공사비를 낮추거나 금융 지원과 특화설계를 확대해야 하는데 이 경우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어 건설사들이 경쟁 자체를 피하는 것이다. 특정 건설사나 하이엔드 브랜드에 대한 조합원 선호가 뚜렷한 사업장에서는 경쟁사가 참여하더라도 승산이 낮다는 판단도 작용한다.
 
일각에서는 반복되는 유찰이 사업 기간만 늘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도시정비법상 경쟁입찰이 두 차례 이상 유찰돼야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지난 6월 경쟁입찰이 한 차례 유찰된 뒤에도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개선해 달라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이미 경쟁이 성립하기 어려운 사업장에서 형식적인 재입찰을 반복하기보다 시공사 선정 기간을 줄이자는 취지다.
 
수의계약은 건설사 간 출혈 경쟁과 선정 과정의 갈등을 줄이고 사업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경쟁사가 사라지면 조합이 공사비와 금융조건, 특화설계를 비교할 기회가 줄어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 단독 입찰이 일반적인 수주 방식으로 굳어질수록 조합의 사업 조건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과제로 남는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경쟁입찰이 성사되면 조합 입장에서는 더 좋은 조건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사업성이 높은 일부 사업지에서도 건설사들이 출혈 경쟁을 피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유찰 횟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조합의 협상력을 보완할 장치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