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장윤기 사건 뒤 경찰 수사 논란…10월 檢 직접 보완수사 폐지

한석진 기자 2026-08-18 10:58:13
영장 실질 심사 마친 장윤기 사건 전 형사과장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을 처음 수사한 경찰은 장씨에게 단순 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당시 수사 과정을 다시 조사하면서 수사팀장이 성범죄 목적을 의심할 정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케이블타이를 압수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에 사건 기록을 추가로 보내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은 정황도 확인돼 해당 수사팀장은 증거인멸·직무유기·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아 추가 수사를 벌였다. 경찰이 확보하지 않았던 케이블타이를 찾고 기존 영상 자료를 다시 분석한 뒤 강간 목적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장씨는 지난 7월 법정에서 성범죄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경찰 수사와 검찰의 추가 수사를 거치면서 범행 동기와 적용 혐의가 달라진 사건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당시 수사 방향에 국가수사본부의 지휘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찰 특별수사단과 광주지검은 지난 7월 21일 국수본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했다. 국수본이 당시 수사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장윤기 사건 이후 경찰의 초동수사와 지휘·감독 방식도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오는 10월 2일부터는 형사사법 절차가 크게 달라진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사의 사건 인지 직접수사권과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한 직접 보완수사의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 경찰 수사가 부족하다고 판단해도 검사가 직접 압수수색이나 피의자신문 등을 통해 증거를 보강할 수 없게 된다.
 

검사의 사건 확인 기능이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검사는 공소제기나 재수사 요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피의자와 사건관계인, 전문가, 사법경찰관 등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경찰 수사가 부족하면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불송치 결정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형사 실무에서는 이 두 절차의 차이가 작지 않다. 사건관계인의 설명을 듣고 기존 기록을 검토하는 것과 압수수색을 통해 새로운 자료를 확보하거나 디지털 포렌식, 계좌추적 등을 통해 추가 증거를 찾는 것은 다른 절차다. 전자는 이미 확보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성격이 강하고 후자는 수사를 통해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이다.
 

◆ 첫 수사 방향 따라 확보하는 증거도 달라져
 

실제 형사사건에서는 수사 초기 어떤 혐의를 염두에 두느냐에 따라 조사 범위부터 달라진다. 사기사건이라면 어느 계좌까지 추적할지, 성범죄 사건이라면 휴대전화와 CCTV를 어느 범위에서 확보할지, 공범 가능성이 있다면 누구를 참고인으로 조사할지가 달라진다. 처음 수사 방향을 잘못 잡으면 이후 보완수사를 하더라도 확보하지 못하는 증거가 생길 수 있다.

 

CCTV는 보관 기간이 지나면 삭제될 수 있다. 휴대전화나 컴퓨터 자료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삭제되거나 변경될 수 있고 참고인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흐려진다. 재수사 제도가 있다고 해도 첫 수사 당시 확보하지 않은 증거까지 모두 되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윤기 사건에서도 이런 문제가 드러났다. 경찰 자체 조사에서는 당초 수사 과정에서 케이블타이 압수와 성범죄 가능성을 둘러싼 판단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검찰이 추가 증거를 확보하고 기존 자료를 다시 살피면서 적용 혐의가 달라졌다.
 

정부와 여당은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없애는 대신 경찰 수사에 대한 다른 통제 수단을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담당 경찰관의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넘기도록 요구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했다.
 

◆ 불송치에 이의 제기하려면 수사 내용부터 알아야
 

피해자의 불복 절차도 보완됐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 피해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수사기록 열람·등사 제도도 이용할 수 있다. 살인·강도 등 특정강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국선변호사 지원 대상도 지난 6월 확대됐다.
 

형사사건을 맡는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이의신청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불송치 이유와 수사 내용을 피해자가 충분히 알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어느 증거를 조사했고 무엇을 근거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알아야 빠진 수사를 지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송치 이유가 간략하거나 수사기록을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면 이의신청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하기도 쉽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경찰의 불송치 통지를 둘러싼 문제를 지적한 적이 있다. 인권위는 2022년 경찰이 불송치 이유를 고소인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짧게 적어 통보한 사건에서 알권리가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있더라도 그 이유를 충분히 알지 못하면 권리 행사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도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를 돕고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추가 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변호사가 직접 압수수색을 하거나 피의자를 조사하고 계좌를 추적할 권한은 없다. 피해자에게 변호사를 지원하는 제도와 별도의 수사기관이 직접 증거를 확인하는 제도는 역할이 다르다.
 

◆ "검찰 권한 분산"과 "경찰 통제" 함께 살펴야
 

직접 보완수사 폐지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검찰에 집중됐던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본다. 검사가 경찰 수사를 다시 직접 하는 방식은 수사·기소 분리 원칙과 맞지 않고 보완수사 요구와 재수사 요구를 통해서도 충분한 통제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검찰의 과잉수사와 별건수사 논란을 줄이기 위해 역할을 나눌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경찰 수사를 다른 기관이 직접 다시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줄어든다는 점을 지적한다. 경찰의 판단이 잘못됐을 때 같은 경찰 조직에 다시 수사를 맡기는 방식과 검찰이 별도로 증거를 확인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장윤기 사건처럼 첫 수사의 방향과 증거 확보 과정 자체가 논란이 된 사건이 이런 주장의 근거로 거론된다.
 

피의자의 권리도 함께 살펴야 한다.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재수사를 반복하면 혐의가 없는 피의자가 같은 사건으로 장기간 조사를 받을 수 있다. 수사를 제대로 바로잡는 절차와 사건을 적정한 시점에 끝내는 절차가 함께 마련돼야 피해자와 피의자 어느 한쪽의 권리만 희생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경찰 내부 통제가 작동한 사실도 있다. 장윤기 사건의 부실수사 의혹을 경찰 특별수사단이 직접 조사했고 관련 경찰관을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국수본의 관여 여부까지 수사 범위를 넓힌 만큼 경찰 내부의 감찰과 수사 기능이 향후 어떤 결론을 내리는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 10월 이후 첫 시험대는 실제 사건
 

10월 이후에는 경찰의 첫 수사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재수사 요구가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맞물리는지가 중요해진다. 법에 여러 통제 수단을 두더라도 현장에서 보완수사 요구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경찰이 이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피해자가 불송치 이유와 수사기록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지도 실효성을 판단할 기준이 된다.
 

수사·기소 분리는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나누기 위해 추진됐다. 동시에 경찰이 맡는 수사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경찰 수사의 정확성과 내부 감독, 외부 통제도 그에 맞춰 작동해야 한다. 장윤기 사건은 새 제도 시행을 앞두고 경찰 초동수사와 이를 바로잡는 절차를 함께 점검하게 만든 사례가 됐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까지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사라진 뒤 경찰의 잘못된 판단을 보완수사 요구와 재수사 요구만으로 얼마나 바로잡을 수 있는지, 반대로 불필요한 재수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피의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지가 새 수사체계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