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정부가 세제개편안 입법예고 과정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납입 한도 이월과 계약기간 제한을 일부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세제는 공제 방식과 세율 등 정부안의 기본 골격을 유지한 채 국회 논의에 넘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일까지 진행되는 세제개편안 입법예고 과정에서 접수된 의견을 토대로 주요 쟁점의 수정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우선 ISA 제도에서는 연간 납입 한도 이월을 다시 허용하고 계약기간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면서 연간 납입 한도 이월을 없애고 납입기간을 최대 10년으로 제한했다. 기존 ISA에도 납입 한도 이월을 허용하지 않고 계약기간을 5년으로 정했다.
이를 두고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자영업자나 프리랜서에게 불리하고 장기투자와 복리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해당 의견을 반영해 기존처럼 납입 한도를 이월할 수 있도록 하고 계약기간도 사실상 계속 연장할 수 있게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납입 한도 규제가 변경될 경우 기존 ISA와 생산적 금융 ISA에 모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두 상품의 납입 한도와 세제 혜택 차이는 유지될 전망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일반 ISA의 총 납입 한도는 1억원, 생산적 금융 ISA는 2억원이다. 생산적 금융 ISA에는 투자수익에 더 큰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생산적 금융 ISA의 투자 대상에 해외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해 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국내 주식과 국내주식형 펀드, 국민성장펀드 등으로 투자 대상을 한정한 기존 방침을 유지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부동산 세제는 정부안의 큰 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세 부담 증가와 부부 공동명의, 비거주 예외 요건 등을 둘러싼 의견이 제기됐지만 공제 방식과 세율 등 핵심 구조는 유지하고 세부 사안은 국회 제출 이후 입법 과정에서 논의한다는 구상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일부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세 부담 상한을 현행 150%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안은 종부세율 인상 효과를 반영하기 위해 세 부담 상한을 200%로 높였다.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납세자가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정부 입장이 유지되고 있다. 1세대 1주택자 특례를 신청하면 단독 명의와 마찬가지로 종부세 기본공제 12억원을 적용받을 수 있고, 개편안이 시행되면 공제액은 14억원으로 늘어난다.
비거주 예외 요건은 시행령에서 일부 보완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안은 △취학 △직장 변경 △질병 △전학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 부득이한 이유로 다른 지역에 거주할 경우 최장 3년까지 해당 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재개발·재건축 공사 기간도 거주기간에 포함된다.
입법예고 과정에서는 손주 돌봄이나 학군지 전세 거주 등을 비거주 예외로 인정할지를 두고 추가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내용은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사례를 추가할 가능성도 있다.
상속·증여세와 관련한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책도 일부 보완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과세 대상 범위를 조정하거나 상속세 부담이 상속재산을 넘어서는 것을 막기 위한 상한을 두는 방안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안은 최근 13개 반기 가운데 누적 12개 반기 동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코스피 업종별 하위 25% 또는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하는 경우 등을 주가 누르기 추정 요건으로 설정했다. 최근 1년간 중복상장이나 교환사채 발행 등이 있었고 주가가 최근 3년 평균보다 30% 이상 떨어진 경우도 대상에 포함된다.
해당 요건에 해당되면 상속·증여재산 평가 기간을 기존보다 넓혀 최소 30% 할증하는 방식이다.
시장과 정치권에서는 특정 기간의 PBR만 관리하면 규제를 피할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과세 대상 범위와 제재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이에 과세 대상 범위를 일부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가 누르기를 상속·증여세 평가 기준으로 해소하는 것 외에도 상법·자본시장법 활용을 통한 제도개선의 필요성도 주목된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2년 연속 PBR 1 미만 상장사에 대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서 작성·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공개 매수 시 발행인 찬반 의견과 이사 이해관계 등을 의무 공시하고 주주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주요 사항 보고서에 명시하도록 했다.
정부는 입법예고가 끝나는 오는 20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수정안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다음 달 초 세제개편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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