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용산공원 안이냐 밖이냐…정부·서울시 공급지 따져보니

한석진 기자 2026-08-20 17:39:35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2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경제일보] 용산공원에 주택을 짓는 문제를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다시 맞섰다. 정부는 공원 전체가 아니라 이미 건물이 들어선 일부 부지를 활용하자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공원 안을 건드리기보다 캠프킴과 경리단 등 주변 국유지를 먼저 쓰자고 맞서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 만나 서울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했지만 용산공원 문제에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김 장관은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을 제한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했고, 오 시장은 공원 본체에 주택을 짓는 방안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검토하는 곳은 용산공원 300만㎡ 전체가 아니다. 장교숙소 5단지 4만9000㎡, 옛 방위사업청 7만3000㎡, 군인아파트 4만4000㎡ 등 모두 16만6000㎡다. 공원 전체의 약 5.5%다.
 

세 곳은 기존부터 건물이나 주거시설이 들어서 있던 곳이다. 정부는 녹지를 새로 밀어내는 개발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서울 도심에서 16만㎡가 넘는 부지를 한꺼번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정부가 이들 부지를 검토하는 이유다.
 

다만 공급 물량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상 부지와 용적률, 주택 크기가 정해져야 가구 수를 산정할 수 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물량도 정부가 확정한 숫자는 아니다.
 

법 개정도 필요하다. 용산공원은 특별법에 따라 공원으로 조성하도록 돼 있다. 공원 본체에 주택을 넣으려면 관련 법을 손질하고 공원계획과 도시계획도 다시 짜야 한다.
 

옛 방위사업청 부지는 보존 문제도 걸려 있다. 1950년대에 지어진 옛 해병대사령부 본관과 방공호 등이 남아 있다. 주택을 지을 경우 어느 시설을 남기고 어느 범위까지 개발할지 정해야 한다.

 

서울시는 공원 안 대신 주변 국유지를 활용하자는 쪽이다. 오 시장이 제시한 곳은 캠프킴과 경리단 부지, 한국은행 후암생활관, 외교부 주차장 등이다.
 

공원 밖 부지는 용산공원 특별법을 고칠 필요가 없다. 대신 기존 시설을 옮기거나 부지 소유 기관과 협의해야 하는 곳이 적지 않다.
 

경리단으로 불리는 국군재정관리단 부지는 약 3만3000㎡다. 현재 군 시설이 들어서 있어 주택 부지로 쓰려면 부대 이전과 대체 부지 마련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외교부 주차장은 약 3300㎡로 면적이 작다. 기존 건물이 많지 않아 개발 과정은 상대적으로 단순할 수 있지만 공급할 수 있는 주택 수도 제한적이다.
 

한국은행 후암생활관은 약 4000㎡다. 현재 직원 숙소로 사용되고 있고 진입도로도 넓지 않다. 단독 개발보다 주변 부지와 묶는 방안이 거론되는 이유다.
 

서울시가 대안으로 내세운 곳 가운데 규모가 큰 곳은 캠프킴이다. 정부는 지난 1월 이곳 4만8000㎡에 2500호를 공급하고 2029년 착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계획보다 1100호 늘어난 물량이다.
 

캠프킴 역시 바로 공사에 들어갈 수 있는 땅은 아니다. 미군 반환 이후 토양 오염 정화와 개발 방향을 놓고 논의가 이어지면서 사업이 여러 차례 늦어졌다. 올해 계획이 확정됐지만 착공 목표는 2029년이다.
 

공원 안 세 곳은 면적이 넓지만 법 개정과 계획 변경이 필요하다. 공원 밖 후보지는 특별법 문제는 피할 수 있지만 개별 면적이 작고 기존 시설 이전이나 토양 정화가 필요한 곳이 있다.
 

사업 속도도 부지마다 다르다. 공원 안에서는 법 개정과 의견 수렴이 일정에 영향을 주고 공원 밖에서는 군부대와 공공기관 이전, 토양 정화와 기반시설 설치가 시간을 좌우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도 정부와 서울시는 공급 물량을 놓고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 국토부는 1만호를 요구하고 서울시는 최대 8000호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캠프킴 2500호를 포함해 용산 일대에 주택을 얼마나 더 넣을지 협의해야 할 부지가 적지 않다.
 

용산공원 논쟁은 공원을 지킬 것이냐, 주택을 지을 것이냐는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공원 안 16만6000㎡를 활용하면 공급 규모를 키울 여지가 있지만 법 개정이 필요하다. 공원 밖 국유지는 법 개정 부담은 덜하지만 면적과 이전 문제에 제약이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제시한 후보지 가운데 당장 착공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용산 주택 공급의 속도는 어느 쪽 주장이 더 강하느냐보다 부지별 법적 절차와 이전·정화 작업을 얼마나 빨리 끝내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