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GLP-1 비만약, 노화도 늦출까…쥐 실험서 수명 12% 늘어

안서희 기자 2026-09-05 14:00:00
네이처 연구서 염증 등 노화 변화 완화…전문가 "아직 초기 단계" 세마글루티드 투여한 노령 쥐 평균수명 834일…대조군보다 92일 길어
[사진=ChatGPT]

[경제일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늘릴 가능성이 쥐 실험에서 확인됐다. 다만 현재까지 확인된 결과는 동물실험 단계로 사람에게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5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연구진은 지난 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GLP-1 약물인 세마글루티드의 항노화 가능성을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약 20개월 된 건강한 암컷 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이는 사람으로 치면 약 60세에 해당하는 나이다. 세마글루티드를 투여한 쥐의 평균 수명은 834일로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의 742일보다 약 12% 길었다.

세마글루티드를 투여한 쥐는 운동 협응력과 근육 기능, 혈당을 처리하는 능력을 평가한 실험에서도 대조군보다 좋은 결과를 보였다.

노화와 관련된 염증 등 세포·분자 수준의 변화도 일부 완화됐다. 연구진은 세마글루티드가 식욕을 줄여 칼로리 섭취를 낮추는 효과와 함께 노화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GLP-1 약물은 GLP-1 수용체를 활성화해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주로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치료에 사용된다. 앞서 칼로리 제한이 동물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연구가 축적되면서 GLP-1 약물의 항노화 가능성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GLP-1 계열 약물의 항노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물실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홍콩중문대 연구진은 또 다른 GLP-1 계열 약물인 엑세나티드를 노령 수컷 쥐에 투여해 근력 저하 등 노화 관련 변화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연구 대상이 암컷과 수컷으로 달랐다는 점에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의 노화 전문가 마이클 코를리 교수는 이번 연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사람의 장수를 위해 GLP-1 약물을 처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시작됐다. 미국 텍사스대 갤버스턴 의과대학 연구진은 비만 또는 체중 관련 질환이 있는 55~70세 성인 90명을 대상으로 터제파타이드의 생물학적 노화 지연 효과를 평가하는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는 2026년 2월 시작됐으며 2028년 1월 종료될 예정이다.

터제파타이드는 GLP-1과 GIP라는 두 호르몬의 작용을 모방하는 약물이다. 이번 임상 결과에 따라 GLP-1 계열 약물이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노화 관련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