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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5대 은행 건설업 연체 대출, 반년 만에 2배↑

지다혜 기자 2025-09-03 08:37:44

한은 "올해 연간 건설투자 8.3% 줄어들 것"

부산 수영구의 한 공사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올해 건설경기 불황이 깊어지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건설업 대출이 빠르게 부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투자 감소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연체 규모가 단기간에 급증하는 모습이다.

3일 각 사 경영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건설업 연체 대출은 총 230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1116억원에서 불과 6개월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연체는 대출 원리금 상환이 1개월 이상 지연된 상태를 의미하는데, 단기간에 이처럼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건설업 전반의 자금 흐름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은행별로 보면 증가세는 더욱 뚜렷하다. 국민은행의 건설업 연체 대출은 지난해 말 22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482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224억원에서 334억원으로 증가했고, 하나은행은 216억원에서 303억원으로 확대됐다. 우리은행 역시 187억원에서 333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267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850억원으로 급증하며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연체 증가 흐름은 단기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건설업 연체 대출은 총 1272억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말에는 2302억원으로 늘어 1년 새 80% 넘게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건설업 대출은 분양 일정이나 공사 진행 상황 등에 따라 일정한 계절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계절적 요인과 관계없이 연체가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업황 악화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관련 업종 전반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매매·임대·개발·관리 등을 포함하는 부동산업 연체 대출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5대 은행의 부동산업 연체 대출은 지난해 상반기 말 4193억원에서 지난해 말 5727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 말에는 6211억원까지 증가했다. 건설업뿐 아니라 부동산 산업 전반에서 자금 상환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전체 연체 대출 규모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5대 은행의 전체 연체 대출(가계대출 포함)은 지난해 말 8조995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8조2806억원으로 약 8% 감소했다. 가계대출 연체율 관리와 일부 기업대출의 건전성 개선으로 전체 연체 규모는 줄었지만, 건설·부동산 업종만큼은 오히려 부실 위험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건설업 연체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고금리 환경과 미분양 증가, 공사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건설사들의 유동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견·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분양 지연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은행 대출 상환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시경제 전망 역시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건설투자가 8.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5월 제시했던 전망치인 -6.1%보다 감소 폭을 더 키운 것으로, 건설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건설 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건설투자 증가율이 0%만 돼도 올해 성장률이 2.1%가 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한국 경제는 건설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말했다. 건설투자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경기 전반의 성장 둔화뿐 아니라 금융권의 건전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건설·부동산 관련 대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리스크 관리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다만 업황 자체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운 만큼 건설업 연체 대출은 당분간 추가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은행권의 건설업 관련 자산 건전성 관리가 향후 금융권의 주요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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